[과학산책] 양자컴 응용 선도를 위한 양자 고속도로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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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재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양자정보응용연구센터 책임연구원함재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양자정보응용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유엔(UN)이 지정한 '세계 양자과학기술의 해'도 이제 두 달 남짓 남았다. 올해 세계 각국에서는 양자과학기술의 해를 기념하는 학술 행사와 국제 포럼이 어느 때보다 풍성하게 열렸다.

특히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전기 회로에서 거시적 양자 역학적 터널링 현상과 에너지 양자화를 발견한 존 클라크, 미셸 드보레, 존 마르티니스 세 명의 물리학자에게 수여됐다. 이들 업적은 양자컴퓨터 개발 토대를 마련하고 양자기술 산업화의 토대를 쌓았다고 평가받는다.

이미 양자 기술 중심축은 학문적 연구를 넘어 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연구실을 벗어난 양자역학은 이제 수많은 스타트업과 테크기업에 의해 시스템으로 구현돼 공급되고 있고,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링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더해 그동안 하드웨어(HW) 중심 산업은 점차 애플리케이션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의미 있는 양자컴퓨팅 활용 사례 발굴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최적화 문제와 화학 및 재료 과학, 양자 머신러닝과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자컴퓨팅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런 노력은 양자컴퓨터 HW 발전에 힘입어 더 가속도가 붙을 것이고 양자컴퓨터 수요를 이끌 것이다.

세계 각국 정부는 이런 흐름에 발맞춰 양자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유로HPC JU를 통해 현재까지 유럽 6개 슈퍼컴퓨팅센터를 지원해 양자컴퓨터 구축과 각 센터가 보유한 슈퍼컴퓨터와 하이브리드 환경을 구축하도록 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초전도, 이온트랩, 중성원자, 광자 등 다양한 플랫폼 양자컴퓨터를 구축하도록 정책적으로 정해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역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 슈퍼컴퓨팅센터인 이화학연구소(RIKEN)는 IBM과 후지쯔의 초전도 양자컴퓨터, 퀀티넘의 이온트랩 양자컴퓨터를 구축하고 세계 최고 수준 슈퍼컴퓨터 후가쿠와 하이브리드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또 산업기술 연구를 담당하는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는 그래픽처리장치(GPU) 2000장을 탑재한 슈퍼컴퓨터 ABCI-Q를 구축하고 큐에라의 중성원자 양자컴퓨터, 후지쯔의 초전도 양자컴퓨터, 옵트QC의 광 기반 양자컴퓨터 등 다양한 플랫폼의 양자컴퓨터를 구축해 하이브리드 환경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과기정통부의 '양자컴퓨팅 서비스 및 활용체계 구축 사업'을 통해 본격적인 양자컴퓨팅 인프라 구축을 시작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주관 연구기관으로 선정돼 국가 산업과 학계의 양자컴퓨팅 응용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추진 중이다.

KISTI는 그간 축적된 슈퍼컴퓨팅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제공, 그리고 응용 분야 활성화에 대한 경험을 기반으로 양자컴퓨팅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체계를 만들 예정이다. 또 내년 구축될 슈퍼컴퓨터 6호기와의 하이브리드 환경을 구축해 실질적인 양자컴퓨팅 활용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우리나라 양자컴퓨터 산업화는 뒤늦게 시작했으나 양자컴퓨터 SW와 응용에 있어서는 아직 늦지 않았고 오히려 누구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수준의 우리 제조기업과 정보기술(IT), 금융, 물류 서비스 기업이 양자컴퓨터를 본격적으로 이용하게 되면 우리가 가장 먼저 산업적으로 의미 있는 활용 사례를 발견할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이런 선도적인 성과를 위해서는 우리 기업과 연구자들이 맘껏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의 양자컴퓨팅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정부가 추진 중인 AI 고속도로에 더해 양자 고속도로 구축에도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함재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양자정보응용연구센터 책임연구원 jaehahm@kis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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