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싫지만… 내 성장의 원동력[2030세상/배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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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처음 도배를 배우던 때가 종종 생각난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팀에 들어온 동갑내기 친구가 있었는데, 우리에게 도배를 가르쳐주던 반장님은 똑같은 구조의 벽을 누가 더 빨리 마감하는지 지켜보며 자주 경쟁을 시키곤 했다. 학창 시절부터 늘 경쟁에 시달려 왔던 나는 경쟁 자체를 무척 싫어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일당을 받는 그 친구에게 뒤질 수 없어서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다. 180cm가 넘는 큰 체구에 쉽게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가진 그 친구와 겨루기에는 내 체격과 체력에 분명 한계가 있었지만, 그래도 그 친구를 따라잡기 위해 숨이 턱까지 차도록 달렸던 생각이 난다.

그 친구와 경쟁을 하면서도 나는 늘 의문이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걸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실력이 늘어날 텐데 반장님은 굳이 왜 경쟁을 시키는 걸까. 원망스러울 때도 많았다. 그러면서 이 다음에 내가 팀장이 되면 팀원들을 경쟁시키지 않으리라 다짐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팀장이 되었을 때에는 경쟁보다는 서로서로 도와가며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경쟁을 피하려고 애를 썼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 내 사업을 시작하고 보니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실력 좋은 많은 도배사들과 이제 막 도배 사업에 뛰어들어 열을 올리는 젊은 도배사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을 피할 수가 없다. 고객들이 그 많은 도배사들 중에서 나를 선택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기술력과 우리 팀의 강점이 분명하게 있어야 하고, 또 그것을 드러내 보이는 홍보 또한 중요하다. 소셜미디어에 어떻게 올려야 사람들이 나와 우리 팀을 선택할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받되 그 비용이 너무 비싸도 안 된다. 도배 품질 역시 다른 도배사들과 비교해 조금이라도 더 눈에 도드라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현장에서는 정말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일해야 하고, 일이 끝난 후에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난 일에서 부족함은 없었는지 돌이켜보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더 나은 도배 작업이 될지 개선 방안을 늘 생각한다.

나는 경쟁이 싫었고 지금도 싫다. 경쟁에 지나치게 몰입하다 보면 경쟁 상대가 미워지기도 하고, 이길 수 없으니 괜히 깎아내리게 된다. 그런 내 모습이 못나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다. 경쟁은 나를 성장시킨다는 것이다. 처음 도배를 배울 때 그 친구와 그렇게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내 실력은 훨씬 더디게 향상됐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그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는다면 이만큼 열심히 일하고 고민하고 발전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어차피 나는 이미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고 도배를 계속 하는 이상 이 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알게 모르게 발전하고 있는 내 모습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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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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