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AI 테크 기업'으로 진화…패션·로봇까지 접수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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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사들이 인공지능(AI) 활용 범위를 넓히며 AI테크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그동안 쌓은 방대한 게임 데이터를 AI와 접목해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과거 게임 아이템 판매에 의존하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 진출과 지식재산권(IP) 확장으로 매출 기반을 다각화한 데 이어 침체에 빠진 국내 게임 시장을 AI로 돌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게임 너머 AI 활용 범위 넓히는 게임사들

게임사 'AI 테크 기업'으로 진화…패션·로봇까지 접수 나선다

2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AI 전문 자회사 NC AI는 이달 말 3차원(3D) 모델 자동 생성 도구인 ‘바르코 3D’ 베타 버전을 일반에 공개한다. NC AI 관계자는 “정식 출시에 맞춰 유료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NC AI의 패션 특화 생성형 AI 솔루션 ‘바르코 아트 패션’은 두 가지 제품 이미지를 조합해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NC AI 제공

NC AI의 패션 특화 생성형 AI 솔루션 ‘바르코 아트 패션’은 두 가지 제품 이미지를 조합해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NC AI 제공

엔씨소프트는 2023년 국내 게임사 중 최초로 대규모언어모델(LLM) 바르코를 개발했다. 지난 2월에는 AI 개발과 상품화를 전담하는 NC AI를 분사해 패션,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바르코 아트 패션’은 가상 모델의 얼굴, 착장, 배경까지 사용자가 원하는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다. /NC AI 제공

‘바르코 아트 패션’은 가상 모델의 얼굴, 착장, 배경까지 사용자가 원하는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다. /NC AI 제공

상품 이미지를 자동 생성하는 ‘바르코 아트 패션’은 국내 주요 패션기업 10곳에 도입돼 신상품 개발 주기를 절반으로 단축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디어 기업에는 콘텐츠 자동 제작, 실시간 번역 엔진 등을 제공 중이다. 지난 16일에는 한국어 기반 멀티모달 AI 모델 ‘바르코 비전 2.0’ 시리즈 4종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기도 했다. 이미지, 텍스트, 영상 등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어 금융, 교육, 미디어 등 여러 산업에 폭넓게 활용 가능하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바르코 아트 패션’은 단순한 스케치를 현실감 있는 제품 이미지로 변환한다. /NC AI 제공

‘바르코 아트 패션’은 단순한 스케치를 현실감 있는 제품 이미지로 변환한다. /NC AI 제공

넥슨은 AI로 게임 개발 저변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열린 넥슨개발자콘퍼런스(NDC25)에서 공개한 ‘게임 흥행 예측 AI’는 신작의 성공 가능성을 예상한다.

오진욱 넥슨 인텔리전스랩스그룹 팀장은 “그동안 게임이 흥행할 수 있을지 ‘감’에 의존해 예측한 게 사실”이라며 “흥행성은 있지만 주목받지 못한 게임을 AI로 발굴할 수 있다면 도전적인 게임 개발 환경이 조성될 수 있고, 게임 개발 의사결정 과정도 더 고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 따르면 지난해 스팀에 등록된 약 1만8000개 게임 중 84%가 판매량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

크래프톤은 물리적 환경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를 개발하고 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지난 4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휴머노이드 협력을 논의했다. 앞서 두 회사는 게임 내 AI 캐릭터 기술을 공동 개발했는데 크래프톤은 이를 로봇 두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지난 5월 자사 딥러닝본부에 피지컬 AI팀을 신설했다.

◇게임 이용률 ‘역대 최저’…AI로 활로 모색

국내 게임사들이 AI 기술 확장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게임 시장의 성장세가 꺾였기 때문이다. 게임 이용률은 흥행작 부재와 유튜브, 넷플릭스 등 대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확산으로 매년 낮아지는 추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 이용률은 59.9%로 나타났다. 이 수치가 6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사는 고객의 여가 시간을 차지하기 위해 유튜브와도 경쟁해야 하는데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도 NDC25에서 게임산업 위협 요인으로 유튜브, 넷플릭스 등 비게임 앱 확장을 첫 번째로 꼽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자와 시청 시간도 급증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OTT 이용자는 2019년 893만 명에서 지난해 3200만 명으로 증가했고, 1인당 하루 평균 OTT 이용 시간은 주중 기준 2019년 57.7분에서 지난해 87.2분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AI가 게임사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사가 보유한 기술력과 방대한 양의 데이터 덕분이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 플레이 패턴 등 방대하고 다양한 데이터는 AI를 학습시키기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국내 주요 게임사는 오랜 기간 데이터와 기술 역량을 쌓았다”며 “게임사가 AI산업으로 확장하는 것은 바람직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AI 기술 역량을 강화하면서 게임사가 개발한 AI 모델이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내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NC AI가 최근 공개한 ‘바르코 비전 2.0’ 시리즈 중 14B 모델은 벤치마크 결과 알리바바의 오비스·큐웬 등 글로벌 오픈소스 비전언어모델(VLM)보다 주요 성능 지표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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