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노동자도 사무직"…민주당 게임특위, 게임사 노조 목소리 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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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성 기자 입력 2025.05.16 13:53

넥슨·엔씨 등 주요 게임사 노조, 현실적인 노동환경 개선 요구
포괄임금제·출퇴근 기록 부재·전환배치 불안 지적
화섬노조 오세윤 "좋은 컨디션에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아이뉴스24 정진성 기자] 게임사 노조가 정치권에 실질적인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배수찬 넥슨노조 지회장은 "지금까지 정부에서 게임 산업을 특수하게 바라보며 유연근무제를 확대하려 하는 등 법개정을 추진해왔다"며 "게임회사 노동자는 특별하지 않다. 우리는 일반적인 사무직 노동자"라고 했다. 창작 산업이라는 이유로 각종 노동 규범의 예외로 간주됐던 업계 관행을 되짚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가 16일 주요 게임사 노조 대표들을 만나 현장 목소리를 청취했다. [사진=정진성 기자]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가 16일 주요 게임사 노조 대표들을 만나 현장 목소리를 청취했다. [사진=정진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는 16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게임, 사람, 이야기'를 주제로 게임산업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게임사 노조 대표들과 만나 게임산업 노동 환경 전반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넥슨,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스마일게이트, 웹젠 등 주요 게임사 노조 지회장들이 참석해 노동시간, 고용불안, 포괄임금제, 인사평가 등 주요 쟁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우리는 예외가 아니다”…노동자의 기준 요구

배 지회장은 게임산업을 별도로 분류해 ‘특수한 업종’으로 대우하려는 정부와 기업의 시각을 비판하며, “우리는 그냥 회사원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책 설계자들이 게임 노동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에 대한 데이터조차 확보하지 않은 채 유연근무제 확대 등 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출퇴근 기록이 의무화돼 있지 않은 현실에서 책임만 전가되고 권리는 사라진다”고 언급했다.

‘창작직군 예외’라는 오랜 프레임을 벗고, 일반 노동자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라는 요구다. 진창현 카카오노조 지회장도 “출근 기록이 없는 상황에서 야근 수당은 지급되지 않고, 반대로 징계나 인사상 불이익은 강하게 주어진다”며 “기록 없는 근로 환경은 결국 모든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시키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송가람 엔씨노조 지회장은 대기업 사례를 들었다. 그는 “과거 게임사에서 과로로 인한 비극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야근기록이 없어 수당이 지급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은 중소기업에서는 오히려 더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출퇴근 기록 관리조차 의도적으로 회피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효적 관리의 필요성을 부각한 것이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부위원장(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결국 사람들이 좋은 컨디션에서 창의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 게임업계를 선진적인 회사와 경쟁하게 만들 수 있다"며 "노동시간을 갈아넣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에도 높은 수준의 노동을 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가 16일 주요 게임사 노조 대표들을 만나 현장 목소리를 청취했다. [사진=정진성 기자]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가 16일 주요 게임사 노조 대표들을 만나 현장 목소리를 청취했다. [사진=정진성 기자]

"포괄임금제·전환배치·분사…고질적인 구조 문제 고쳐야"

게임업계의 오랜 관행 중 하나인 포괄임금제는 이번 간담회에서도 핵심 문제로 떠올랐다. 배 지회장은 “(포괄임금제는) 겉보기에는 수당이 포함된 급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초과근무에 대한 보상을 회피하는 구조”라며 “일부 대형 게임사는 폐지 흐름에 동참하고 있지만, 새로운 조직을 통해 다시 도입하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 부위원장은 “포괄임금제를 없애면 기업도 수당 부담을 피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노동시간을 줄이려 한다”며 “불필요한 회의나 보고가 줄고, 오히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을 현장에서 경험했다”고 밝혔다. 노동시간을 줄이려는 기업의 유인이 생기며, 조직 문화 전반에 긍정적 변화가 촉진된다는 이야기다.

배 지회장은 프로젝트 종료 시 ‘사내 면접’을 거쳐야 하고, 탈락할 경우 무기한 대기 상태로 남거나 사실상 퇴출되는 '전환배치'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대기 상태에서는 최저 평가를 받고, 연봉도 동결된다”며 “회사가 경영난을 겪지 않는 상황에서도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차상준 스마일게이트노조 지회장은 “노조가 없는 회사에서는 프로젝트가 드롭되면 곧바로 권고사직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여전하다"며 “이런 구조는 개발자의 커리어뿐 아니라 회사의 게임 품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중심 조직의 구조적 불안정성이 게임 인력의 지속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이날 간담회에서는 △주4일제 전환 필요성 △자회사 분사와 고용책임 회피 △직장 내 괴롭힘 대응 구조 미비 등 다양한 구조적 문제가 공유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동은 창의적인 행위이며, 창작 중심의 업종일수록 몰입과 안정이 필요하다"며 “사람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데 산업만 지속 가능할 수는 없다. 게임 노동자의 현실을 중심에 두고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정진성 기자(js421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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