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 EY 컨설팅 대표는 26년차 컨설턴트다. 밀물처럼 새로운 기술이 밀려들어오면 적응에 실패한 기업들은 사라지고 알짜들만 살아남는 전환의 시기를 세 번 겪었다. 첫 번째는 인터넷, 두 번째는 모바일, 그리고 지금의 인공지능 전환(AX)이다. 김 대표는 최근 여의도 EY한영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AX의 핵심은 기술이 아닌 ‘그 기술로 어떻게 비즈니스를 전환할 것인가에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AX를 한다는 기업에 가 보면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프로젝트보다 중요한 것은 ‘AI 비즈니스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온라인 전환 이후 사람들이 상가로 잘 가지 않는다”며 전자상거래를 비즈니스 전환의 사례로 꼽았다. 그러면서 “5~6년 전부터 온라인 전환이 예견됐지만 준비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가른 것은 경영자의 상상력”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김 대표는 기업인들을 만날 때마다 ‘회장님 옆에는 정말로 AI를 고민하는 비서팀이 있느냐’고 묻는다. “AI로 인한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그 과정을 지켜봐온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김 대표는 설명한다. 최고경영자(CEO)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기업인이 계속 변화를 주시하고 정기 미팅을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물론 AX를 고민하는 기업인은 많다. 김 대표는 “최근 20~30개 기업을 만나면 그 중 90%는 AI 에이전트(자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AI)를 언급한다”고 전했다. 문제는 실행이다. 김 대표는 “들은 건 많은 데 결정을 안하는 기업인들도 많고, 2년 반 전부터 시행착오를 겪는 기업들도 있다”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가우스라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직접 만드는 데 실패했다는 얘기가 많지만, 거기에서 얻은 교훈이 엄청나게 많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AI에 투자한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가 AX에 대비하기 위한 상상력의 재료가 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26년차 삼성전자 컨설턴트다. “(삼성전자 본사와 사업장이 있는) 수원에 안 가본 곳이 없다”고 자부할 정도다. 그는 삼성전자가 모바일 전환기에 성공헌 이유가 발빠른 적응력에 있었다고 짚었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제조사들이 힘들어했던 건 운영체제(OS)가 너무 빨리 변한다는 것”이었다며 “여기에 빠르게 적응하는 삼성과 같은 제조사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대만 HTC 등은 낙오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AI 모델은 그보다 빠르게 3~6개월 단위로 새로 나오고 있어 더 빠른 변화에 살아남는 기업들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30년 가량 봐 온 시기 중 삼성전자가 그 어느 때보다 도전적인 상황을 맞았다”라면서도 “최근 AI 투자에서 교훈을 얻었다면 다음 파도에서 훨씬 더 좋은 스텝을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지난 1일부터 한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등 16개국을 이끄는 EY아시아이스트 컨설팅 리더를 맡았다. EY컨설팅 대표를 맡은지 3년 만에 매출을 2.4배로 늘린 역량을 인정받았다. 그는 “삼성전자와 LG, SK등은 베트남, 싱가포르 등에서 비즈니스를 하는데 왜 베트남 컨설팅 기업은 삼성전자 프로젝트를 하지 못하겠느냐”라며 “한국에서 얻은 경험을 컨설팅이 약한 국가들에 도입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인엽/최영총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