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가 '유랑 생활' 동안 극복한 또 다른 장애물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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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수다


SBS 스포츠취재부 야구조 기자들이 매주 색다른 관점으로 야구를 들여다 봅니다.

전 세계 프로스포츠의 공통 현상은 '홈 어드밴티지'다. 종목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홈팀이 원정팀보다 잘 한다는 건 프로 스포츠 역사에서 변치 않고 지속된 공통 현상이다. 예를 들어 2024년 세계 주요 스포츠리그들의 홈팀 승률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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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어드밴티지의 이유는 뭘까?

2011년 발간된 '스코어캐스팅 Scorecasting'이라는 책이 있다. 경제학자 2명이 '행동경제학'의 시각으로 스포츠의 각종 현상을 분석한, 흥미진진한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룬 내용 중 하나가 '홈 어드밴티지의 이유'다. 여러 가설들을 검증하고 기각한 뒤, 저자들이 찾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심판의 심리 편향'이다. '홈 관중의 비난을 피하고픈 심리' 때문에, 중요한 순간에 홈팀에 유리한 판정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만원 관중이 들어찬 축구 경기에서는 후반 추가시간 동점 상황에서 홈팀이 페널티킥을 얻는 확률이 올라간다. 프로야구에서는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홈팀 타자의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진다. 이른바 '홈콜'이 실재하고, 그것이 홈 어드밴티지의 가장 중요한 이유라는 것이다.

관중의 비난을 두려워하는 본능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기에, '홈콜'은 관중이 많을수록 늘어난다. 반대로 관중이 없는 경기에서는 줄어든다. 저자들에 따르면, 유럽 축구에서 징계 때문에 열린 '무관중 경기'에서는 '홈콜'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고 홈 어드밴티지도 줄었다. 이 책은 2011년에 발간됐는데, 9년 뒤 이 가설에 대한 의도치 않은 실험이 전 세계에서 벌어졌다. 코로나 19 사태로 전 세계 주요 스포츠리그들이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렀다. 그러자 대부분의 리그에서 거짓말처럼 홈팀 승률이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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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야구는 예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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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중 경기가 치러진 2020년 시즌, MLB와 KBO 모두 홈팀의 승률이 약간 높아졌다. '홈콜이 관중 때문'이라는 저자들의 주장과 맞지 않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때는 KBO에 ABS가 도입되기 전이었다.) 물론 당시의 현상만으로 '심판 심리 편향' 가설이 완전히 기각됐다고 볼 순 없다. 예를 들어 코로나 기간 중에 원정팀이 각종 격리 및 검사 때문에 겪는 불편이 평소보다 훨씬 커서 '판정 편향'을 능가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종목과 달리 야구에서는 홈 어드벤티지에 '관중을 두려워하는 심판 편향'이 아닌 다른 이유가 더 중요할 가능성도 있다는 걸 암시하는 사례일 수도 있다.

만약 '홈 어드밴티지가 판정 때문'이 아니라면?

가장 유력한 건 홈팀의 '홈 환경의 안락함'일 것이다. 훈련 루틴을 충실하게 소화할 수 있고, 집밥을 먹을 수 있고, 내 방에서 편하게 쉬고 잘 수 있는 환경이, 6개월 동안 매일 경기하는 야구 선수들에게 매우 중요한 변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프로야구만의 특성이 또 하나 있다.

어느 정도 운동장의 규격이 통일돼 있는 다른 종목과 달리, 특히 미국과 한국에서는 구장들의 특성이 제각각이다. 펜스까지 거리, 담장 높이, 파울 지역의 크기 등이 구장마다 천차만별이다. 21세기 들어 데이터 분석이 활성화되면서 세계 대부분의 프로 야구단들은 구장이 특성에 맞게 선수단 전력 구성을 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2015년부터 SK가 뜬공타자/땅볼 투수 조합으로 담장까지 거리가 짧고 담장의 높이가 낮은 문학구장의 특성 이용하려 했다. 삼성이 이종열 단장 부임 이후 박병호와 디아즈 등 뜬공 타자들을 영입해 '홈런 공장' 라이온즈파크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고 있는 최근 사례도 있다.

그런데 KBO리그에서 '홈구장의 특성을 가장 잘 이용한 팀'은 NC였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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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NC파크 개장 이후, 작년까지 홈/원정 승률을 보자. NC의 홈경기 승률은 54.6%였다. 원정에선 46.9%였다. 7.7% 차이가 난 것이다. 10개 구단 중 홈/원정 승률이 NC보다 큰 팀은 없었다. 즉 홈에서 유독 강했던 팀이 NC였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NC 구단의 행보를 보면 당연한 일이다. NC 파크의 특성에 맞는 선수단 구성, 특히 외국인 선수 영입을 해왔다. 투심/싱커로 땅볼유도능력 좋은 투수를 중시했고(물론 올 시즌의 라일리 같은 예외도 있지만), 마티니, 마틴, 데이비슨까지 발사각이 높은 뜬공 타자들을 영입했다. 즉 NC는 '홈 맞춤 전력 구성 능력'이 10개 구단 최고 수준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홈 어드밴티지를 효과적으로 누려온 팀이, 두 달째 홈에서 한 경기도 못한 것이다.

'전통적 홈의 강자'였지만 올 시즌 현재까지 창원에서 2경기밖에 하지 못한 NC는, 이제 리그 전체에서 홈경기가 가장 많이 남은 팀이 됐다. 남은 95경기 중 61경기를 홈에서 치르게 된다. 원정 경기는 33경기에 불과하다. 때맞춰 'NC파크 맞춤형 뜬공타자'인 데이비슨이 복귀했고, 손가락 부상으로 빠진 또 다른 뜬공타자 김형준도 곧 돌아온다. 그리고 6월에는 이호준 감독에게 "돌아올 때까지 5할 승률만 하고 있으라"고 당부했던 에이스 구창모가 상무에서 돌아온다. (구창모는 시즌 초반 타구에 맞아 실전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정상적으로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곧 퓨처스리그 경기에 등판해 투구수를 늘려갈 예정이라고 한다) 좌완 셋업맨 임정호가 이번 주 1군에 복귀했고, 김영규도 7월 전 복귀가 유력하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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