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작진이 만든 최초의 일본 드라마입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일본판 출연진과 제작진이 한일합작의 청사진을 제공했다.
26일 서울 구로구 한 호텔에서 진행된 '내 남편과 결혼해줘' 일본판 제작발표회에서 손자영 책임 프로듀서는 "한국과 일본의 장점을 합친 시너지가 이 드라마의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주연 배우 코시바 후우카도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게 굉장히 부담스러웠다"면서도 "한국과 일본의 장점이 담겨 있어 모두가 즐겨주실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참여하게 됐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영화 '바람의 검실' 시리즈로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사토 타케루도 "큰 부담도 있지만, 이런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상황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일본판은 2회까지 봤는데 역시 재밌더라. 한국판을 정말 재밌게 봤는데, 일본판은 후반부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런 지점들을 즐겨주시면 될 거 같다"고 소개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주변의 행복을 우선하며 남의 인생의 '착한 조연'으로 살아온 여성이 남편과 가장 친했던 친구의 불륜을 알게 된 후 복수를 위해 2회차 인생을 살게 된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앞서 국내에서도 박민영, 나인우, 이이경 주연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판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국내 간판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CJ ENM과 콘텐츠 제작 전문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이 협력해 만든 첫 일본 드라마다. 제작진은 "한국 드라마의 리메이크가 아닌 원작 웹소설을 바탕으로 일본 문화와 감성에 맞게 재구성한 오리지널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연출은 tvN '비밀의 숲',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 시리즈 안길호 감독이 맡았고, '1리터의 눈물' 각본을 쓴 오오시마 사토미가 대본을 쓴다.
코시바 후우카가 연기하는 칸베 미사는 항상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지만, 착한 성격 때문에 친구와 남편 모두에게 휘둘리며 '조연'의 삶을 살아간다. 그들의 불륜까지 목격한 날 목숨까지 잃게 되지만, 눈을 뜬 후 10년 전으로 회귀하면서 복수를 시작한다. 사토 타케루가 맡은 스즈키 와타루는 미사의 상사이자 해당 기업 회장의 손자다. 미사의 인생 1회차에서는 '이상한 상사'였던 그는, 2회차에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복수를 돕는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손자영 책임 프로듀서는 '비밀의 숲'부터 '나인룸', '스타트업',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시리즈 등을 비롯해 한국판 '내 남편과 결혼해줘' 크리에이터로도 참여했다.
손 프로듀서는 "원작 웹소설의 판권을 구매하고, 드라마를 기획 중일 때 웹툰이 나왔는데 그게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다"며 "그래서 '일본판도 해볼까' 싶었는데, 이렇게 만들어지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드라마 촬영 전부터 만들어진 오리지널 일본 드라마"라며 "저희에겐 큰 도전이었다. 한국에서 기획하고 한국 제작진이 현지에서 작업을 한다면 저변이 더 넓혀지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일본과의 협업에 대해 "일본은 정말 세밀하고 장인정신 같은 부분들이 확실히 있어서 작업하면서 깜짝 놀랐던 지점도 있다"며 "한국과 일본, 양국의 장점이 하나로 버무려져 시너지가 발휘됐다. 우리 드라마만의 독특함을 만든 요소가 된 거 같다"고 소개했다.
한국 버전과 일본판의 차이에 대해 "한국은 사이다, 직접적인 재미에 집중했다면 일본판은 각각 인물의 심리 관계에 집중했다"며 "또 일본판의 특별한 설정을 추가했는데, 그걸 하나의 시나리오로 넣어 연극 무대로 보여드리려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판을 보신 분들은 '같은 아이템으로 이렇게 변주가 가능하구나'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며 "재밌게 봐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사토 타케루는 "평소에 한국의 드라마를 즐겨봤고, 특히 안길호 감독님의 작품을 보며 훌륭하다고 느껴왔다"며 "이번에 작업을 해서 기뻤고, 현장에서 많은 걸 배워서, 좋은 경험을 하게 돼 좋다.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꼭 또 하고 싶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또 "이 작품 제안을 받기 전 이미 한국판을 다 봤는데, 감독님과 미팅을 했는데 '보지 말라'고 하시더라"며 "한국판의 재미, 장점을 확장하고 키워나갈 방법이 어떤 건지 같이 고민하고 협의했다"고 작업 후일담을 전했다.
"'7번 방의 기적'이라는 영화를 좋아한다"는 코시바 후우카도 "한국 영화, 드라마에 관심이 많다"며 "한국의 감독님, 프로듀서님과 작업해 기쁜 마음이었고, 이런 프로젝트를 제안받고 바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감독님이 '안 봤으면 보지 마라'고 당부했는데, 그런데도 저 역시 한국판을 봤다"며 "굉장히 재밌고, 스릴 넘치는 장면이 많았다. 특히 동창회에서 주인공이 변신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일본판에서도 확실히 해야겠다 싶었다. 또한 일본만의 감정과 정서를 표현하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봤다"고 소개했다.
한국 제작진과 작업에 대해 사토 타케루는 "큰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캐릭터에 집중하는 작업 방식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며 "역시 같은 일을 하고 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어를 모르지만, 감독님의 하는 말의 절반 정도는 이해가 됐다"며 "같은 일, 같은 목표로 함께하고 있구나 싶어서 작업하기에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한편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총 10부작으로 제작돼 오는 27일부터 매주 금요일 2회씩 공개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