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유료방송, 묶음판매 관행 해법은

1 month ago 12

유료방송사업자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2025년 7월~2026년 6월분 프로그램 사용료 계약 협상에 들어갔다. 올해는 복수채널공급사업자(MPP)의 묶음판매 관행이 쟁점이다.

유료방송 계약은 오랫동안 MPP가 인기 채널을 앞세워 비인기 채널까지 함께 공급하는 '묶음판매' 방식에 의존해 왔다. 협상 과정에서는 '전년 대비 총 N% 인상'이라는 총액만 논의되고, 세부 채널별 사용료는 협상 종료 후 MPP가 임의로 배분한다. 플랫폼은 원치 않는 채널을 떠안았고, 시청자는 관심 없는 채널에도 요금을 냈다.

이 같은 방식은 단순한 영업 전략을 넘어 공정경쟁을 해치는 구조라는 지적을 받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2년 가이드라인에서 계열 채널 끼워팔기를 금지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유사한 사례로 2024년 가맹 분야 심사지침에서 '구입 강제'를 대표적 불공정거래로 명시했다. 해외에서도 주요 규제 대상이다. 미국에서는 시장지배적사업자가 'must have' 콘텐츠를 시청률이 낮은 다른 채널과 묶어 공급하는 'Tying'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국내 플랫폼 역시 채널별 가치에 맞춰 사용료를 협상해야 한다며 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총액 협상에 묶여 있는 한 중소 PP의 진입 장벽은 높아지고, 산업 신뢰도 역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MPP 측은 개별이든 묶음이든 결국 유료방송사와 PP의 합의에 따라 정해지는 사안이며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플랫폼이 이미 채널 패키지 판매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협상 역시 복수 채널 단위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계약은 본질적으로 양측 합의의 산물이라는 MPP의 주장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묶음판매가 이어진다면 시청자는 보지 않는 채널의 비용을 부담하고, 협상 구조에 대한 불신도 커질 수 있다. 채널별 협상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할지가 유료방송 산업의 지속성을 좌우할 것이다.

권혜미 통신미디어부 기자권혜미 통신미디어부 기자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