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혁신 경쟁이 또 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시작은 CES 2025에서 주목받은 에이전틱AI와 피지컬AI가 열었다. 추론·예측을 넘어 AI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며, 현실세계와 상호작용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그리고 이 열기가 채 식기도 전, 1월 20일 딥시크는 획기적 효율성으로 전 세계에 강력한 충격을 줬다. 천문학적 비용이 필수라는 믿음이 무너지고, AI 경쟁의 승자가 이미 결정됐다는 인식을 깨뜨리고 있다.
AI 혁신은 생성형 AI가 촉발한 AX 1.0 시대를 지나, 효율과 행동(Action) 중심의 새로운 생산성 혁명을 시작하는 AX 2.0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에이전틱AI와 피지컬AI
에이전틱AI는 챗봇·통역처럼 사용자 지시에 따라 결과를 내놓는 기존 생성형 AI를 넘어서, 자율적으로 상황을 인지하고 다양한 AI 솔루션과 협업해 사용자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한다.
일상에서는 한 단계 발전한 개인비서로, 기업에서는 AI중심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BPR)으로 혁신을 촉진할 것이다.
오픈AI의 '오퍼레이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코파일럿'을 비롯해 LG전자, SK텔레콤 등 우리 기업이 CES에서 AI홈, AI집사를 공개하며 주목받았다.
에이전틱AI가 디지털 공간에서 작동한다면, 피지컬AI는 실제 물리환경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피지컬AI 적용 분야 중 AI모델과 센서, 액추에이터 같은 로보틱스 기술이 융합된 종합예술, '휴머노이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피규어02'와 '옵티머스'가 BMW와 테슬라 공장에 투입되고 있고, '아틀라스'도 현대자동차에 도입될 예정이다.
또 '아메카'와 같이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사람과 소통하는 휴머노이드가 등장하면서 서비스 시장을 비롯한 가사·반려·돌봄과 같은 역할까지 활용 영역을 넓혀갈 것이다.
◇딥시크, 효율성 경쟁으로 확장
딥시크는 수만 개 고성능 그래픽 처리장치(GPU)가 필수라는 통념을 깨고, 단 2000장 저사양 GPU만으로 성능은 빅테크와 유사하면서도 가격은 수십 배 낮은 AI모델을 구현했다.
여러 의문점이 있지만, 더 이상 자본력이 아니라 기술혁신과 효율성이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로 전환을 앞당기고 있다.
딥시크의 성공비결은 150명 소수 정예가 이뤄낸 알고리즘 혁신이다. 기존 모델과 달리 사람이 아닌 AI가 스스로 강화학습해 데이터 가공 비용과 인건비를 절감했다. 또 데이터를 한 번에 처리하지 않고 필요 부분만 선택해 연산하는 '전문가 혼합모델(MoE)'로 연산량을 대폭 줄였다.
이런 혁신으로 불과 몇 달 만에 초거대 모델 'V3', 추론 최적화 모델 'R1', 그리고 멀티모달 모델 '야누스 프로'까지 빠르게 선보였다.
딥시크의 충격으로 기존 강자들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오픈AI는 'o3-미니'를 무료 배포하며 가성비 경쟁에 뛰어들고 있고, 개방형 AI모델도 시장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에이전틱AI와 피지컬AI의 등장은 사람 역량을 초월하는 범용인공지능(AGI)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그 과정에 딥시크가 보여준 파괴적 혁신은 데이터와 컴퓨팅파워가 주도하는 '스케일링 법칙'을 무너뜨리며 저비용 AI라는 새로운 가능성도 열어가고 있다.
특히, AI가 미국 주도 단일 체제에서 양극 또는 다극화 체제로 전개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며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 대응 또한 더욱 치밀하고 과감해야 한다.

◇AX 2.0시대, 우리에게도 기회
무엇보다 혁신적 AI모델뿐만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AI반도체·컴퓨팅파워가 동반성장하며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다.
AI모델의 고성능·경량화와 함께 에이전틱AI·피지컬AI로의 확장이 중요하다. 더불어 트랜스포머를 넘어설 차세대 알고리즘 개발에도 과감히 도전해야한다.
또 AI 추론서비스 시장 본격 성장을 대비해 서버와 엣지용 AI반도체, 온디바이스용 고성능·저전력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지능화·개방화·가상화·저전력화를 실현할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혁신과 함께 고도화된 사이버 공격을 막아낼 AI방패, 사이버보안 기술 뒷받침도 중요하다.
두 번째로, AI 핵심인재를 '국가전략자산'으로 명확히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딥시크의 창업자 량원평과 대다수 핵심 인력이 국내파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소프트웨어(SW)중심대학 확대로 저변을 확충하고, AI 특화대학원 및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연계를 통해 전문성과 융합 능력을 갖춘 인재를 키워야 한다.
대학ICT연구센터(ITRC), SW스타랩 등 연구기초유닛도 현재 두 배 이상 확대해 연구몰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싱가포르처럼 부족한 인적자원 극복을 위해 해외 선도대학·기관과 국제공동연구 확대도 필요하다.
세 번째로, AI의 융합 활용도 중요하다. 새로운 AI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혁신적 스타트업의 스케일업과 산업 간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AI 생태계를 더욱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 특히, 지난해 제정된 AI기본법과 맞물려 데이터 활용 규제를 완화하고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정비해 AI 기술혁신이 더욱 활발하고 투명하도록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딥시크의 성장은 반짝 성공이 아니라 AI 패권을 위한 오랜 준비와 노력의 결과다. AI 경쟁은 기술경쟁을 넘어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국가 총력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리 스스로 한계를 규정하지 말고, 장기적 비전과 로드맵을 바탕으로 자신감 있고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 AI G3를 향한 K-디지털의 힘찬 도약을 기대해 본다.
홍진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 jbhong09@iitp.kr
〈필자〉 1996년 38회 행정고시로 정보통신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영국 맨체스터대 기술경영학 박사로 30년 가까이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서 통신정책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 네트워크정책실장을 역임했다. 지난 해 2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으로 부임,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개발(R&D)과 인재양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03년 대통령 표창, 2021년에는 대통령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