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관세 뒤 새 양자 무역협정”… 이젠 한미 FTA까지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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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다음 달 2일부터 미국의 모든 교역 상대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이어서 각국과 양자 협정을 새로 맺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의 무역적자 8위 교역국이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한국도 미국발 관세전쟁의 한복판으로 끌려 들어가게 됐다.

루비오 장관은 그제 한 방송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해온 상호관세 실행을 재확인하는 한편 “공정성과 상호성이란 새 기준을 바탕으로 새로운 무역협정을 맺기 위해 전 세계 국가들과 양자 협상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 FTA,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등 미국이 기존에 맺은 무역협정을 무시한 채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한미 FTA가 정한 대로 미국에 관세 없이 수출하던 자동차, 반도체 등 한국 제품에 다음 달부터 관세가 매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은 위생검역 규제, 정부 보조금, 미국에 불리한 세제 등 ‘비관세 장벽’을 고려해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정하겠다고 밝혀왔다. 미국 측이 불만을 제기해온 한국의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금지 규제, 까다로운 농산물 검역, 미국 빅테크에 대한 독과점 규제 등을 이유로 높은 관세를 물릴 수 있다는 의미다.

더 심각한 건 양국 교역 품목의 98% 이상에 무관세를 적용해온 한미 FTA의 틀을 깨고 미국에 유리한 새 무역 조건을 강요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인 2017년에도 한미 FTA를 “끔찍한 합의”라고 비판하면서 재협상을 요구해 결국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연장 등의 이득을 챙긴 적이 있다.

계엄과 탄핵 사태로 리더십 부재 상태에 가까운 한국은 미국의 공세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끌려만 다니고 있다. 보름 후 부과될 상호관세와 관련해선 미국 측이 어떤 문제를 꼬투리 잡고 나올지 감조차 못 잡은 상태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한미 FTA 전면 폐기에 대해서는 대응책이란 게 준비돼 있기나 한지 의문이다. 최근에는 미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이란, 이스라엘과 같은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에 포함시켰는데, 두 달간 까맣게 몰랐다가 뒤늦게 불난 듯 들고 뛰는 일이 벌어졌다. 상호관세 부과, 한미 FTA 관련 협상에서 이런 국정 참사가 되풀이되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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