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재용 “죽느냐, 사느냐 직면”… 제2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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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임원 교육 참석자들에게 주어진 크리스털 패. 과거 회식 건배사 등에 쓰였던 삼성인에 대한 문구가 쓰여 있다.

삼성 임원 교육 참석자들에게 주어진 크리스털 패. 과거 회식 건배사 등에 쓰였던 삼성인에 대한 문구가 쓰여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임원들을 향해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경영진부터 철저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질책했다. 또 “중요한 건 위기라는 상황이 아니라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9년 만에 전 계열사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이 회장의 발언을 공유했다고 한다.

이 회장이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를 촉구하며 임원들을 질타한 메시지가 공개된 건 사실상 처음이다. 그만큼 삼성이 처한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국가 대항전으로 펼쳐지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샌드위치와 같은 처지다. 주력인 범용 메모리에선 중국 기업에 쫓기고 있고, 미래 먹거리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선 선두주자인 대만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졌다. 무엇보다 이 회장이 10년 가까이 사법 족쇄에 묶여 있는 동안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 등 패러다임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이 뼈아프다.

이런데도 조직 안팎에서는 삼성이 오랜 성공에 안주하면서 긴장감이 느슨해졌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 회장도 “과감한 혁신이나 새로운 도전은 찾아볼 수 없고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고 질타했다. 이 회장은 “다우지수 30대 기업 중 상당수가 사라졌다”며 “이대로 가면 우리도 잊혀질 것”이라고 했는데 괜한 우려가 아니다. 일본 도시바, 미국 인텔 등이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다가 한순간에 몰락했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1983년 ‘도쿄 선언’을 통해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비웃던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었다. 고 이건희 선대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임원들을 소집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며 뼈를 깎는 혁신을 주문했다. 이 신경영 선언을 계기로 삼성은 ‘품질경영’과 ‘초격차 기술’을 혁신의 바퀴 삼아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도약했다. 수백억 원어치 불량 휴대전화를 불태우면서까지 혁신과 도전의 DNA를 심었다.

이 회장은 전 임원에게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진 명패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런 각오가 대대적인 조직 쇄신과 초격차 기술 개발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한국 전체 수출의 18%, 상장기업 매출의 10%가 삼성전자 몫일 만큼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삼성의 위기 돌파는 ‘피크 코리아’ 극복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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