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자되고 있는 5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과 인간이 협업해 미지(味知)의 가치를 생산하는 시대다. 이미 일상화된 챗GPT가 보여주듯 인류는 이제 AI를 통해 적은 시간과 노력으로도 원하는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단순히 편해졌다거나 빨라졌다는 평가만으로는 부족하다. AI가 이끄는 새로운 디지털 시대의 도래는 자명한 사실이 됏다.
1990년대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인터넷은 PC 등장, 정보화 고속도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이라는 변화를 거치며 성숙됐고, 막강한 컴퓨팅파워의 발전과 네트워크 고도화(6G)를 통해 AI 시대에 이르게 됐다. 인터넷은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이자 AI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의 공동자산이며,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재다.
전 세계인은 인터넷을 이용해 유튜브에 1분마다 약 500시간의 분량의 동영상을 업로드 하고 있고, 하루 3300억건 이상 이메일을 전송하고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생산될 데이터가 180제타바이트(zb)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는데, 이는 지난 수십년 동안 생성된 데이터의 31%에 이르는 수치다. 1990년대 이후 생산된 전체 데이터의 30%이상이 최근 1년 남짓의 시간 내 생산될 정도로 데이터 생성의 속도는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다.
전 세계가 연결된 인터넷의 풍부한 데이터를 자양분으로 AI는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AI는 새로운 데이터를 생성한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활용할수록 데이터는 더욱 풍부해지고 고가치 데이터가 생산될 수 있다. 이렇게 학습을 거듭한 AI와 더욱 스마트해진 인터넷 기반 위에, 혁신적 기술이 접목되면 로보틱스나 모빌리티 같은 새로운 변화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AI가 고도화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변화와 혁신을 담아낼 수 있는 인터넷 기반이 뒷받침 되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AI를 활용해 보다 성숙하고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전 세계 흩어져 있는 정보 중에서 원하는 정보를 정확하고 안전하고 신속하게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넷에 분산된 데이터 중 이용자가 원하는 정확한 정보에 도달 할 수 있도록 하는 길잡이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도메인이름시스템(DNS)이다.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에 접근하려면 도메인이름이 필요하다. DNS는 도메인이름을 실제 서버가 위치한 IP주소로 바꿔줘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있게 한다. 이용자가 챗GPT에 원하는 질문을 입력하면, DNS를 통해 알아서 순식간에 수천, 수만 번의 도메인이름을 IP주소로 바꿔서 해당 홈페이지나 서버에 접속하여 대량의 정보를 수집 처리해 결과를 도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DNS는 계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한 번의 접속을 위해 글로벌·국가·로컬에 위치한 DNS 간 소통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아무리 빠른 빛의 속도로 전송되더라도 인터넷에 접속하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DNS 간 소통을 위해 국가·대륙을 수차례 횡단해야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전송지연(대륙 간 약 60~150 ms/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AI서비스의 고도화로 상용화될 챗봇, 자율주행, AI로봇 등을 처리하기 위한 AI 연산 서버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속도로 수천, 수만번의 DNS에 접속할 것이기 때문에 이때 발생하는 전송지연은 AI의 신뢰성에 치명적일 수 있다.

AI시대에 3대 강국 도약을 핵심과제로 선언한 현 정부는 100조원에 이르는 전폭적 투자와 지원을 약속하며 AI 주권 확보를 위해서 반도체, 데이터센터, K특화 AI 시스템 개발 등 AI 밸류체인 전반에 자립체계구축과 관련 인재양성 및 규제혁신 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3대 AI강국이 되고, 국민 모두가 AI를 생활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인터넷에서 작동하던 느린 속도의 답답한 DNS 운영방식이 아닌 글로벌·국가·로컬에 위치한 DNS를 하나로 통합하고 원스톱 서비스 처리가 가능한 'AI-DNS 혁신센터' 구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이는 단순한 장비 고도화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인터넷의 신경계를 AI로 재구성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AI 특화 시범도시, 권역별 특화산업 AI 인프라, AI 데이터센터 등에 국가 AI-DNS 패키지를 설치·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AI-DNS 혁신센터가 구축돼 AI를 통해 실시간 DNS 데이터 학습·대응·통제를 수행하면 응답속도 및 성능 향상, 이상탐지·분석 등 AI 기반의 원스톱 분석처리를 통해 가장 빠르고 신뢰할 수 있는 초격차 인터넷연결 서비스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AI-DNS 혁신센터를 기반으로 우리는 AI 주권을 확보하고 자립체계를 구축해 글로벌 AI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제 아무리 최고급 사향을 가진 차가 있더라도,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도로 없이는 제 기량을 뽐낼 순 없다. AI가 가진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폭발시키기 위해서는 AI 자체에 대한 투자와 지원 외에도 이를 위한 기반이 먼저 조성돼야 한다.
AI-DNS 혁신센터를 토대로 AI 주권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AI 시장을 선점하는 내일을 기대한다.
이상중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 entcom@kisa.or.kr
〈필자〉검찰에서 20년 넘게 사이버 범죄를 수사해온 사이버 보안 분야 전문가다. 2011년 대검찰청 사이버수사실장, 2015년 서울중앙지검 인터넷범죄수사센터장을 역임했다. 2018년 롯데정보통신 보안산업부 전문위원, 2021년에는 구미대 특임교수 및 사이버보안연구원장으로 근무했으며 2024년 1월부터 한국인터넷진흥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