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 〈242〉RISE, 글로벌 위기에 맞설 '미래 선도 인재'의 엔진이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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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헌 제주대 IP전문인력양성중점대학 교수이재헌 제주대 IP전문인력양성중점대학 교수

대한민국은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지역소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지역은 기후변화,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산업구조 대전환, 그리고 전 지구적 기술패권 경쟁이라는 복합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문제는 이 위기가 단지 지역 산업의 쇠퇴를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은 노동력 부족과 경제 성장 저하의 악순환 속에 있어 글로벌 위기에 대응할 여력이 더욱 취약하다.

올해 본격 시행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는 단순한 재정지원 사업을 넘어, 지역 소멸 위기를 넘어설 동력과 글로벌 대전환에 맞설 인재를 길러내야 하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았다. RISE가 진정한 '지역 혁신의 성장 엔진'이 되기 위해서는 단기 성과 위주의 사업 나열을 넘어, 지역 산업과 연계된 IP 산학시스템 구축과 인재 양성을 동시에 촉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에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RISE 성공을 위한 제언을 제시하고자 한다.

스웨덴 말뫼시는 1987년 코쿰스 조선소 폐쇄로 청년실업률이 20%까지 치솟는 충격을 겪었다. 전환점은 1998년 말뫼대학 설립 이후였다. 시는 대학을 축으로 지역 산업을 정보기술(IT)과 바이오 중심의 첨단 생태계로 재설계했다. 대학은 기업·지자체·비영리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지역 문제 해결을 중심에 둔 학제 간 융합·문제 해결형 교육을 도입했다. 또 연구 인프라를 지역 중소기업에 개방해 제품 상용화를 가속했다. 특히 이데온사이언스파크는 대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기업이 특허 출원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 말뫼시는 창업을 위한 고학력 인재들이 유입되며 혁신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독일의 듀얼식 교육은 기업과 대학이 교육과정을 공동 설계하고, 이론 학습과 현장 실습을 병행하는 아우스빌둥(Ausbildung) 모델로 알려져 있다. 이는 획일적 양적 양성에서 벗어나 지역 산업 수요에 맞춘 고숙련 인재를 지속 공급하는 체계다. 저출산·고령화·인력유출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대한민국의 지방에서, 지역 내 재직자의 역량 업그레이드와 전환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첫째, 글로벌 위기에 대응하는 '지역 주력·전략산업' 맞춤형 IP 산학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RISE는 기존 주력 산업의 고도화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기후변화 대응기술, AI·반도체 등 기술패권 핵심 분야, 지역 특화 보건·의료 바이오를 미래 성장축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의 연구 성과를 지식재산권(IP)으로 자산화하고, 지역 기업이 이를 활용해 사업화로 이어지도록 체계적인 IP 기반 산학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2024년 특허출원 현황을 살펴보면 수도권에서 출원된 특허가 전체의 65%이고 비수도권 지역은 1~3% 수준으로 수도권과 그 격차가 매우크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식재산 창출·사업화 역량 갖춘 지역 IP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대학의 기술이 지역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연결되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인적자원 생애 주기 전반에 걸친 '숙련도 강화 및 재투자'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학령기 학생에게는 문제해결·데이터·AI 리터러시를 포함한 통합형 교육을 제공하고, 재직자에게는 업스킬링·리스킬링 패스웨이(pathway)를 모듈형·마이크로 디그리 과정과 연계해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 외국인과 역유입 인재를 포함한 개방형 인재 순환을 촉진하고, 주거·가족·세제·정착 패키지로 지역 정착을 지원해야 한다. 이는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지역 기업이 요구하는 '지속적 기술혁신 역량'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기반이 된다.

RISE의 진정한 성패는 인구감소와 인재 유출이 만든 구조적 위기를, 지역 산업 맞춤형 창의적 인재 양성과 활용이라는 해법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지금이 미래를 설계할 마지막 골든 타임이다.

이재헌 제주대 IP전문인력양성중점대학 교수 jaehlee@ju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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