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 기후테크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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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식 IBK기업은행 ESG경영부장(공학박사)유인식 IBK기업은행 ESG경영부장(공학박사)

“기술은 있는데 투자가 없다.”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말이다. 우수한 기술력을 갖췄지만, 실증 기회가 없고 시장 진입은 더더욱 어렵다. 결국, 기술은 사장되고 기업은 문을 닫는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실증화를 위한 자본 아닐까?

포천 비즈니스인사이트는 지난달 2일(현지시간) 전 세계 기후테크 투자 규모는 작년 기준 253억달러이고, 올해는 315억달러, 2032년에는 1492억달러 수준으로 급격히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전 세계 벤처투자의 약 15%가 기후테크에 투입되고 있다. 지난 2월 27일 시장분석 전문기관 '퓨처 마켓 인사이트 글로벌·컨설팅도 기후테크 투자 규모를 올해 375억달러, 2035년 2203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국들은 기후위기 돌파를 위한 기술을 국가 전략 무기로 삼아 아낌없는 투자를 이어간다. 기후테크는 기술이 아니라 주권과 산업패권의 문제로 진화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수소차, 연료전지, 이차전지, 스마트그리드, 친환경 건축자재 등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많다. 그러나 실증과 상용화로 이어지는 생태계와 자금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공공 연구개발(R&D)로 기술은 확보했지만, 그다음이 낭떠러지다.” “매출 없이는 민간 벤처캐피털(VC)의 투자 받기 어렵고, 탄소감축 효과는 수치로 안 보인다.” “정부 과제는 있지만, 정작 상용화는 막막하다.”

많은 기후테크 기업들은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 앞에서 발이 묶인다. 실증 자금과 규제 장벽을 넘기 위한 정책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결국 기술은 실험실에 머물고, 기후테크는 구호로만 남는다.

죽음의 계곡을 벗어나게 하려면 금융을 살펴야 한다. 기후테크는 초기 비용이 높고 수익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따라서 실증을 위한 초기 자금, 탄소감축 효과 기반의 저금리 대출, 실패를 감안한 정책 보증, 전환기술 전용 펀드 등의 정책 금융 확대가 필요하다. 민간 금융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나 임팩트 투자를 단순한 '브랜딩'이 아닌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상업적 기준으로 기후테크를 평가한다면, 그 누구도 미래 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수 없다. 기후테크 전용 VC펀드 조성, 탄소감축 지표 기반 기술 평가(LCA), 성과 연계 핵심성과지표(KPI) 투자 확대,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협의체(TCFD)·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반의 리스크 평가체계 구축 등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혹자는 '금융은 매출을 보려 하고, 기후테크는 효과를 말한다'고 했다. 이 언어의 단절을 해소하지 않으면 한국의 기후금융은 세계 흐름에 더욱 뒤처질 수밖에 없다.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후위기의 시대, 금융은 전략 산업이다. 기후테크는 단순한 친환경 기술이 아닌 생존의 기술이자 미래 산업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다. 그리고 이 기회를 실현할 열쇠는 결국 금융에 있다. 기후를 이해하고, 기술의 불확실성을 감내하며, 시장을 설계할 수 있는 금융. 그것이 한국 기후테크의 시대를 여는 첫 걸음이다. 지금은 기후테크를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 시장을 여는 정책,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자가 필요한 때다.

기후위기는 결국 우리 모두의 미래를 묻고 있다.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산업과 금융이 지금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유인식 IBK기업은행 ESG경영부장·공학박사 yuinsik@ib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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