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무죄 선고⋯"카카오의 SM 경영권 인수,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려워"
"카카오-사모펀드 공모 증거 신빙성 부족세⋯시세조종성 주문이라고 보기 어려워"
[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SM엔터테인먼트(SM)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의 시세조종 의혹을 두고 재판부는 카카오가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매수 저지를 논의하거나 시세를 고정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이 내세운 핵심 증거(증인의 진술)의 신빙성이 없으며 2023년 2월 28일 카카오의 SM 주식 매수가 시세 조종성 주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를 받고 있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21일 오전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36b09e5c5db383.jpg)
"카카오의 SM 경영권 인수,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21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가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센터장과 배재현 전 투자총괄대표 등 경영진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 내용을 보면, 재판부는 검찰이 내세운 증거의 신빙성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관련 증거들을 살펴보면 카카오의 SM 경영권 인수는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내부 회의에서 은밀한 경영권 인수가 정해지거나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매수 저지 논의, 시세조종 공모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2023년 2월 15일 회사 내부 회의 후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강호중 CA협의체 사업전략팀장(전 투자전략실장)이 나눈 통화 녹취록을 토대로 쟁점이 됐던 '(김범수) 평화적으로 가져오라'와 관련해 재판부는 "당일 회의 참석자 모두가 그런 취지의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등을 보면 실제로 '가져오라'는 부분이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며 "이외에도 2023년 2월 22일 이사회에서 카카오의 대응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던 점, 김 센터장이 2023년 2월 24일 내부 회의에서도 SM 경영권 인수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그렇게) 발언했다고 해도 그 취지가 하이브와 평화적으로 해결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카카오-사모펀드 공모 유일한 연결고리 증거 신빙성 부족
검찰은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이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매수 시작일인 2023년 2월 10일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 지 모 씨의 통화를 연결해 주고 그 자리에서 들었다는 통화 내용에 대한 진술 등을 핵심 증거로 내세운 바 있다. 이 전 부문장은 "(당시 통화에서) 배 전 대표가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에게 1000억원 정도 SM 주식을 사달라고 요청했다"며 "향후 카카오가 사모펀드의 보유분을 되사오는 것을 약속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준호의 진술은 중요 부분에 있어서 일관되지 않고 상식에 반하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며 "증거를 통해 알 수 있는 당시의 객관적 상황에도 반해 그대로 믿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지위와 이해관계, 수사 압박, 진술 번복 경위와 그 이유 등에 비춰 허위의 내용을 진술할 동기나 이유도 충분했다고 보여 신빙성이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씨는) 이 사건 뿐만 아니라 별건으로도 조사를 받았고 수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돼 극심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며 "별건 압수수색 이후 이전 진술을 번복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신청했고 그 결과 이 사건에서 기소되지 않았다"며 "수사와 재판에서 벗어나고자 (허위 진술을 할) 동기와 이유가 명확하다"고 덧붙였다.
2023년 2월 28일 카카오의 SM 주식 매수⋯"시세조종성 주문이라고 보기 어려워"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2023년 2월 28일 장내매수를 통해 SM 주식 4.9%를 확보한 바 있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 카카오가 궁극적으로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매수 실패에 관여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었다. 카카오 변호인단은 지분 경쟁 상황에서 공개매수 기간 중의 장내매수는 정상적인 경영 행위이며 당시의 매매 양태를 분석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올리고 고정하려는 움직임은 없었다고 반박해 왔다.
재판부는 당시 시장에서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매수 기간이 끝난 뒤에도 SM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며 카카오의 SM 주식 매수가 시세조종이 아닌 물량 확보 목적이었다는 피고인들의 진술이 합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매수 종료 후에도 SM 주가는 상승해 2023년 3월 8일에는 16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며 "당시 SM 주가가 12만원을 상회하고 있던 상황에서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매수 마지막 날까지 매도하지 않던 SM 주식 보유자들이 이날(공개매수 마지막 날) 갑자기 기존 입장을 바꿔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은 낮은 등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매수 실패가 예상됐던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SM 주식 매수 당시 주가, 거래량의 동향, 매수 주문 전후의 상황, 고가매수 주문의 비율, 각 매수 주문 간 시간적 간격 등 객관적 매매 양태를 살펴보더라도 (피고인들이) 제출한 주문이 시세조종성 주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유림 기자(2yclever@inews24.com)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