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한국 군단이 5년 만에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 우승 트로피 탈환에 나선다. 배소현(32)과 황유민(22) 등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 6명도 깜짝 우승의 희망을 품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80년이라는 가장 오랜 역사와 최다 상금(1200만달러)을 자랑하는 US여자오픈이 오는 29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힐스(파72)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 출전자 156명 중 한국 선수는 25명에 달한다. 개최국인 미국(39명) 다음으로 많다. 일본 선수는 21명으로 한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 되찾아야 할 ‘우승 텃밭’
US여자오픈은 유독 한국 선수와 인연이 깊다. 1998년 박세리가 ‘맨발 투혼’으로 처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박인비가 2008년과 2013년 두 차례 우승하는 등 10명의 한국 선수가 11승을 합작했다. 최근 20년으로 범위를 좁혀도 우승자의 50%가 한국 선수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역대 우승자는 전인지(2015년), 박성현(2017년), 이정은6(2019년), 김아림(2020년) 등 4명으로 한국 국적이 가장 많다.
그러나 2020년 김아림이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한국 선수의 우승 소식은 뚝 끊겼다. 지난해 사소 유카(일본)가 2021년에 이어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2022년과 2023년엔 각각 이민지(호주)와 앨리슨 코푸즈(미국)가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특히 작년엔 단 한 명의 한국 선수도 톱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US여자오픈 톱10에 한국 선수가 한 명도 없는 건 1997년 후 27년 만에 처음이었다.
5년 만에 트로피 탈환에 나서는 한국 군단의 올 시즌 분위기는 좋다. 개막전 김아림의 우승을 시작으로 12개 대회에서 3승을 쓸어 담았다. 지난 3월 포드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효주는 최근 국내에서 열린 유럽여자프로골프(LET) 아람코챔피언십에서도 2연패를 달성해 기세가 높다. 지난달 시즌 첫 메이전 대회인 셰브런챔피언십에서 연장 승부 끝에 준우승한 김효주는 “올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욕심을 내비쳤다.
이달 초 블랙데저트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승을 올린 유해란도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이 간절하다. 그는 “한국과 미국에서 거둔 통산 8승 중에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는데, 올해 남은 4개 메이저 대회에서는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해란의 LPGA투어 메이저 대회 개인 최고 성적은 지난해 셰브런챔피언십과 에비앙챔피언십에서 기록한 5위다.
◇ KLPGA 6인 도전장
이번 대회에는 배소현과 황유민을 비롯해 김수지, 노승희, 마다솜, 유현조 등 KLPGA투어에서 뛰는 선수 6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중 배소현의 이름이 가장 눈에 띈다. 지난해 생애 첫 승을 포함해 3승을 휩쓴 뒤 공동 다승왕을 수상했고, 지난 3월 24일 기준 세계랭킹 75위 안에 들어 출전 자격을 얻었다. 올해 서른둘인 그가 LPGA투어 대회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6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배소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생각만 해도 즐겁다”며 “모든 게 처음이다 보니 설레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0대라는 나이에 갇히지 않고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올해로 두 번째 US여자오픈에 출전하는 김수지도 이날 출국했다.
내년 LPGA투어 진출을 추진 중인 황유민 역시 이번이 첫 US여자오픈 출전이다. 지난 24일 출국해 현지 적응 중인 황유민은 “코스가 어렵다고 들었는데,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황유민과 같은 날 출국한 지난해 신인왕 유현조는 “해외 대회가 처음이지만 경험에만 만족하지 않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