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은(21)이 루키 김시현의 추격을 뿌리치고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파 세이브에 성공하며 우승을 확정한 그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42번의 도전 끝에 꿈에 그리던 챔피언에 오른 순간이었다.
이동은은 15일 충북 음성 레인보우힐스(파72)에서 열린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이자 내셔널 타이틀인 DB그룹 제39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2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적어낸 이동은은 단독 2위(12언더파 276타) 김시현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해 데뷔해 42번째 대회 출전 끝에 메이저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이동은은 상금 3억원을 챙겼다. 상금랭킹은 19위에서 무려 16계단 뛴 3위(4억9954만원), 대상 포인트 순위는 4위(221점)다.
◇새가슴 오명 씻은 장타자
이동은은 데뷔 때부터 장타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방신실 윤이나에 이어 장타 부문 3위에 올랐다. 올해는 방신실을 밀어내고 장타 1위(평균 260.1야드)를 달리고 있다.
‘장타 여왕’이라는 별명과 어울리지 않게 투어 내에선 대표적인 ‘새가슴’으로 유명하다. 마지막 중요한 순간마다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문턱에서 미끄러졌기 때문이다. 최근 두 시즌 동안 41개 대회에서 준우승만 두 차례 했는데, 늘 마지막 날 중요한 퍼트를 놓치며 무너졌다.
이번 대회에선 약점으로 꼽힌 퍼팅이 살아나며 메이저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의 꿈을 이뤘다. 김시현과 함께 2타 차 공동 선두로 나선 마지막 날도 중요한 순간마다 퍼트가 쏙쏙 들어갔다. 전반 4번(파4)과 8번홀(파4)에서 기록한 버디 모두 3~4m의 까다로운 거리였다.
위기도 침착하게 넘겼다. 후반 13번홀(파4)에서 이날 첫 보기를 범해 김시현과 노승희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으나 이어진 14번홀(파4) 버디로 바운스백에 성공했다. 무려 12.5m 거리의 버디퍼트를 떨어뜨렸다. 이후 16번홀(파5)에서 정확한 어프로치샷에 이은 버디로 2타 차로 달아난 이동은은 이후 실수 없이 경기를 마쳐 정상에 섰다. 우승 확정 후 눈물을 쏟은 이동은은 “퍼팅 그립을 조금 더 견고하게 잡는 법으로 바꾼 게 효과를 봤다”며 “현장에서, TV 중계를 통해 저를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슈퍼 루키 김시현, 2연속 준우승
올해 KLPGA 투어에 데뷔한 김시현은 2주 연속 준우승을 차지하며 신인왕 레이스에서 한 발 더 앞서겠다. 그는 지난주 셀트리온마스터즈에서도 연장전 끝에 준우승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시현은 지난해까지 국가대표로 뛰면서 굵직한 아마추어대회에서 여러 번 우승한 유망주로 평가됐다. 지난해 시드전 7위로 KLPGA 투어에 입성해 일찌감치 신인왕 후보로 꼽혔는데 올 시즌 준우승 2회를 포함해 톱10에 세 차례 들며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디펜딩 챔피언 노승희는 전반에 3타를 줄이며 대회 2연패 가능성을 키웠으나, 후반 막판 5개 홀에서 4타를 잃고 무너져 단독 4위(7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이날 2타를 줄인 황유민이 단독 3위(8언더파)에 올랐다.
음성=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