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에 만족하지 않던 소년, 100승 채운 황제로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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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살아있는 전설 노바크 조코비치
ATP투어 제네바오픈서 100번째 우승
결승서 만난 후르카치, 첫 승 상대 제자
파리 올림픽 금메달 이후 부진 빠졌으나
끝없는 노력·변화로 9개월 만 부활 성공
25일 개막 佛오픈서 메이저 최초 25승 도전

노바크 조코비치가 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제네바오픈에서 남자 단식 100번째 우승을 달성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노바크 조코비치가 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제네바오픈에서 남자 단식 100번째 우승을 달성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06년 7월 2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아메르스푸르트. 열아홉 살의 테니스 신성은 네덜란드오픈 결승에서 2004 아테네 올림픽 테니스 남자 단·복식 금메달리스트인 니콜라스 마수(칠레)를 꺾고 우승한 뒤 이렇게 말했다. “제 커리어의 첫걸음이 바랄 뿐입니다. 더 많은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생애 첫 우승 순간에도 미래에 수집할 더 많은 우승 트로피를 머릿속으로 그렸던 열아홉 소년이 약 19년의 세월이 흘러 기어코 100번째 우승을 채웠다. ‘테니스 황제’가 된 노바크 조코비치(38·세르비아)의 이야기다.

○역대 3번째 100승·최초 20년 연속 우승

조코비치는 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제네바오픈(총상금 59만6035유로) 마지막 날 단식 결승에서 31위 후베르트 후르카치(폴란드)를 상대로 2-1(5-7 7-6<7-2> 7-6<7-2>)로 승리했다. 우승상금은 9만675유로(약 1억4000만원). 그는 “100번째 우승을 위해 많이 노력했는데 오늘 이렇게 달성해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지난해 8월 파리 올림픽 금메달 이후 9개월 만에 다시 우승을 차지한 조코비치는 통산 100번째 ATP투어 이상급 대회 단식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ATP투어 단식 이상급 대회 단식 100회 우승은 지미 코너스(109회·미국)와 로저 페더러(103회·스위스)에 이어 조코비치가 세 번째다. 아울러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20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매 시즌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100번째 우승에 희생양이 된 후르카치는 공교롭게도 19년 전 조코비치의 첫 승 상대였던 마수가 코치로 지도하고 있는 선수다. 조코비치의 아내 옐레나도 운명의 장난 같은 인연에 놀라워하며 “첫 우승을 마수를 상대로 했고, 100번째 우승은 마수가 코치인 선수를 상대로 이뤘다”고 했다.

○끝없는 노력...전설은 계속된다

살아있는 전설로 평가받는 조코비치는 2년 전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2023년엔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 US오픈을 휩쓸며 ‘라이벌’ 라파엘 나달(은퇴·스페인)을 제치고 테니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4대 메이저 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최다 우승 기록(24회)을 세웠다. 지난해를 끝으로 은퇴한 나달의 메이저 우승 기록은 22회다.

남자 테니스계 차세대 기수인 카를로스 알카라스(세계랭킹 3위·스페인)와 야닉 시너(1위·이탈리아)의 위협 속에서도 조코비치는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에선 알카라스를 꺾고 역대 5번째 커리어 골든 그랜드 슬래머가 됐다. 무려 다섯 번의 올림픽 도전 끝에 달성한 위업이었다.

사실 파리 올림픽 이후 많은 이들이 조코비치의 시대가 끝났다고 예상했다. 불혹에 가까운 나이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상하이 마스터스 결승에선 시너에게, 올해 3월 마이애미 오픈 결승에선 야쿠프 멘시크(체코)에게 패하면서 두 차례나 100승 달성 기회를 놓쳤다. 지난달 몬테카를로 마스터스와 마드리드 오픈에선 1회전부터 연달아 탈락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도 “테니스 인생에서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극복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다시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근엔 6개월간 함께했던 앤디 머리(영국)과 코치 계약을 조기 종료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끝없는 노력 끝에 100승 고지에 오른 조코비치의 시선은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으로 향한다. 그는 25일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막을 올린 이번 대회에서 사상 최초 25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에 도전한다. 롤랑가로스는 지난해 조코비치가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장소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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