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축구 불사하는 결단력·스타 마음 사로잡은 소통 능력 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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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강등 직전까지 갔던 프로축구 전북 현대가 한 시즌 만에 K리그1 챔피언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데에는 거스 포옛(57·우루과이) 감독의 리더십이 주효했다.
K리그 역대 최다 9회 우승을 자랑하던 '거함' 전북은 지난 시즌 '난파선'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고심 끝에 선택한 사령탑이 잇달아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내며 침몰해가던 전북은 지난 시즌엔 정규리그 10위에 그쳐 승강 플레이오프로 밀려났다.
전북은 '명가 재건'의 적임자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선덜랜드 사령탑 출신의 포옛 감독을 선택했다.
워낙 전북이 처한 상황이 안 좋았기에 포옛 감독이 지난해 12월 부임하며 내세운 목표는 '우승'이 아닌 '순위를 드라마틱하게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포옛 감독은 그 이상을 해냈다. 팀을 한 시즌 만에 다시 챔피언으로 탈바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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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27일 강원 강릉하이원아레나에서 열린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준결승 2차전 강원FC와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결승 진출을 확정 지은 거스 포옛 전북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2025.8.27 [대한축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북이 시즌 개막전 승리 뒤 4경기(2무 2패) 연속 무승에 그치며 11위로 내려앉았을 때 포옛 감독의 결단력이 빛났다.
지난해의 실패를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던 시점, 포옛 감독은 과감하게 '수비 축구'를 선택했다.
수비라인에 6명을 세우는 '식스백'을 가동하는 건 리그를 선도하는 팀으로서 낯부끄러운 선택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우선 승리부터 챙겼다.
동계 훈련 때부터 신뢰하던 선수 일부가 막상 실전에서 제 몫을 못 하자 오래 고민하지 않고 선발에서 제외했다.
적절한 선택을 지체 없이 내리자 전북은 빠르게 상승 궤도로 올라섰다.
전북은 5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경기부터 26라운드 대구FC전까지 무려 22경기(17승 5무) 무패를 기록했다. 이는 K리그 최다 무패 부문 공동 3위에 해당한다.
전북 같은 강팀엔 좋은 선수들이 많다. 다른 팀이라면 선발로 뛸 선수가 벤치에 앉게 되면 불만이 쌓이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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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27일 강원 강릉하이원아레나에서 열린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준결승 2차전 강원FC와 전북 현대의 경기. 거스 포옛 전북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25.8.27 [대한축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이를 감독이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하면 암 덩어리처럼 커져 결국 팀을 집어삼키게 된다. 전북이 지난 시즌까지 그랬다.
포옛 감독은 솔직한 소통과 명확한 지시로 선수들의 불만을 잠재웠다.
전북 최고 스타이면서 올 시즌 선발 6경기, 교체출전 14경기에 그친 이승우는 자기주장이 강한 선수다.
이승우는 자신에게 많은 기회를 주지 않았는데도 "포옛 감독님이 우리에게 책임감을 심어주고, 그 안에서 우리의 믿음이 생긴다"며 전폭적인 신뢰를 보인다.
정조국 전북 코치는 "지시가 심플하고 명확하다는 게 포옛 감독님의 강점이다. 그런 지시 덕에 선수들이 잘 이행하고, 좋은 경기력을 보인다"고 말했다.
"최대한 전방에 머물고, 기회가 오면 망설이지 말고 슈팅하라"는 포옛 감독의 지도에 만년 유망주였던 전진우는 K리그를 대표하는 골잡이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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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전북 현대와 FC안양의 경기에서 전북 이승우가 2대1로 앞서가는 결승골을 넣고서 거스 포옛 감독과 환호하고 있다. 2025.8.8 sollenso@yna.co.kr
지난 시즌 부진했던 스트라이커 티아고는 팀에서 설 자리가 없다는 고민에 이적도 생각했지만, 포옛 감독이 믿음을 주며 눌러 앉히자 골로 보답했다.
포옛 감독은 제공권 장악과 연계에 능한 티아고의 플레이 스타일은 물론 그의 여린 성격도 빠삭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4년 만에 챔피언으로 복귀하며 10번째 우승 별을 단 전북은 '더블'(2관왕)에 도전한다. 12월 6일 광주FC를 상대로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을 치른다.
여기서 이기면 포옛 감독은 전북 사상 처음으로 부임 첫 시즌에 더블을 달성하는 사령탑으로 이름을 남긴다.
포옛 감독에 앞서 부임 첫 시즌 K리그 우승을 차지한 전북 감독은 주제 모라이스(2019시즌), 김상식(2021시즌) 감독 둘이다. 하지만 이들은 부임 첫 시즌에 더블을 이루진 못했다.
ah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0월18일 16시1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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