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억 든다" 초유의 사태…SKT 해킹 사고에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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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25일 서울 을지로 T타워에서 열린 고객보호 조치 강화 설명회에서 유심(USIM) 정보 유출과 관련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25일 서울 을지로 T타워에서 열린 고객보호 조치 강화 설명회에서 유심(USIM) 정보 유출과 관련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이 2300만 명에 달하는 모든 고객의 유심(USIM)을 무상 교체해주기로 했다. 외부 해킹으로 유심의 일부 정보가 유출된 사고가 발생한 지 1주일 만인 25일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서울 을지로 T타워에서 “SK텔레콤을 믿고 이용해준 고객 여러분과 사회에 큰 불편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SK텔레콤은 지난 18일 오후 11시께 악성 코드로 인한 해킹 사실을 확인했다. 가입자의 유심을 식별하는 고유식별번호와 네트워크 연결을 위한 키값 등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정보를 활용하면 유심을 복제해 가입자 몰래 ‘대포폰’ 등을 개설할 수 있다. SK텔레콤이 보안사고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SK텔레콤의 사운이 걸렸다”고 말했다.

SKT "유심카드 교체로 피해 원천 차단"
해킹 1주일 만에 대국민 사과

SK텔레콤이 전 고객 유심(USIM) 무상 교체라는 파격적인 조치를 들고나왔다. 단 한 건의 ‘대포폰’ 사례도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개당 7700원인 유심을 약 2310만 명의 가입자에게 모두 교체해줄 경우 SK텔레콤의 재무적 부담은 17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주부터 유심 무상 교체

SK텔레콤은 28일 오전 10시부터 자사 모든 이용자를 대상으로 유심(e심 포함) 교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25일 발표했다. 전국 T월드 대리점과 공항 로밍센터에서 무료로 바꿀 수 있다. 유심 탈부착이 불가능한 일부 스마트 워치와 키즈폰 등은 교체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람이 몰려 당일 교체가 어려우면 예약 신청도 가능하다.

해킹 사실이 알려진 지난 19일 이후 자비로 유심을 교체한 고객도 교체 서비스를 소급 적용한다. 이미 납부한 비용만큼 요금을 감면할 예정이다. SK텔레콤 통신망을 쓰는 알뜰폰 고객 역시 교체 대상이다. 시행 시기와 방법은 각 알뜰폰 업체에서 추후 공지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의 휴대폰 가입자는 약 2310만 명이다. SK텔레콤 통신망을 쓰는 알뜰폰 가입자는 187만 명에 이른다.

SK텔레콤은 이날 해킹 사고의 원인, 유출 범위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리고 사고 원인 파악과 피해 확산 방지책 마련에 나섰다. 이종훈 SK텔레콤 인프라전략본부장은 “해킹된 서버 시스템을 네트워크에서 격리 조치하고 시스템 전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원인과 사실 경위에 대해선 민관 합동 조사를 통해 구체적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유심 복제를 위한 비정상 인증 시도와 피해 신고 등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2차 피해 없어”

아직 해킹 원인과 정보 유출의 범위 등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SK텔레콤이 대표 직접 사과와 무상 교체라는 카드를 꺼낸 건 자칫하다간 SK텔레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SK텔레콤은 해킹 정황을 발견하는 즉시 불법 복제 유심에 대한 비정상 인증 시도 차단(FDS) 시스템을 최고 수준으로 가동하고, ‘유심 보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나섰다.

하지만 유심 보호 서비스는 가입 절차가 복잡하고 해외 로밍을 이용할 수 없어 이용자 불만이 컸다. 삼성만 해도 전날 임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SK텔레콤의 유심 보호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유심을 교체하라”며 “유심 보호 서비스를 신청하면 해외 로밍이 불가능하니 출장 등으로 해외 방문 시 서비스를 해제하고, 유심 교체 시에는 모바일 사원증을 재발급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일부 계열사는 해킹 사고가 알려진 직후 유심 보호 서비스에 가입하도록 권고했다가 이후 다시 ‘전원 유심 교체’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안 시스템 미비가 원인으로 밝혀지면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기업의 인공지능(AI) 전환을 돕는 AX 시장에 뛰어드는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AX의 핵심이 보안이라는 점에서 SK텔레콤의 사운이 걸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이날 “사고 원인과 유출 규모 등 정부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추가 조치 방안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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