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는 지지자들의 입을 빌어 "○○○"라고 말했다.
- B는 특정 개념을 빌어 ○○○을 설명했다.
- C는 그 기회를 빌어 "○○○"라고 다짐했다.
- D는 한 고위 인사의 발언을 빌어 ○○○라고 보도했다.
- E는 그런 형식을 빌어 ○○○를 알렸다.
바로, 결론입니다. '빌어' 자리에는 '빌려'를 써야 합니다. 이들 쓰임에서는 '빌다'가 아니라 '빌리다'를 활용해야 합니다. 표준어 사정 원칙 제6항에 따른 것입니다. 이 항목에는 돐을 버리고 돌을 표준어 삼는다는 내용도 담겨있습니다. [빌리다]의 뜻을 새기면 쉽습니다. ①남의 물건이나 돈 따위를 나중에 도로 돌려주거나 대가를 갚기로 하고 얼마 동안 쓰다 ②남의 도움을 받거나 사람이나 물건 따위를 믿고 기대다 ③일정한 형식이나 이론, 또는 남의 말이나 글 따위를 취하여 따르다 ④어떤 일을 하기 위해 기회를 이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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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제공]
물론 ①바라는 바를 이루게 하여 달라고 신이나 사람ㆍ사물 따위에 간청하다 ②잘못을 용서하여 달라고 호소하다 ③생각한 대로 이루어지길 바라다 ④남의 물건을 공짜로 달라고 호소하여 얻다 하는 의미를 나타내려면 [빌다]를 써야 합니다. 그땐 그게 표준어 쓰임에 들어맞는 것이니까요.
[빌다]에는 물건 따위를 구걸한다는 뜻(밥을 빌러 다니다)과 신이나 사람 따위에 간청한다는 뜻(하늘에 소원을 빌다), 그리고 나중에 갚기로 하고 남의 물건이나 돈을 쓴다는 뜻(친구에게 돈을 빌다)이 모두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갚기로 하고 남의 물건이나 돈을 쓴다는 뜻의 '빌다'는 [빌리다]로 형태가 바뀜에 따라 '빌다'를 버리고 '빌리다'를 표준어로 삼게 됐던 것입니다.
'빌리다'는 본디 '빌다'의 피동형으로서 대가를 받기로 하고 남에게 물건이나 돈 따위를 내어 주는 것을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뜻으로 쓰임에 따라 본래 의미는 잃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원래의 의미로는 '빌려주다'가 '빌리다'를 대신하여 쓰이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런 영향으로 '빌다'가 '빌리다'를 여전히 대신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제 제자리를 찾을 때도 되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한국어 어문 규범 '표준어 규정' - https://korean.go.kr/kornorms/regltn/regltnView.do?regltn_code=0002#a
2. 국립국어원 홍보 및 방송 자료 상세보기, 헷갈리기 쉬운 말-이 자리를 빌어/빌려(2014. 11. 14. YTN 라디오 방송) - https://www.korean.go.kr/front/board/boardMovieView.do?board_id=14&b_movie_type=2&mn_id=56&b_seq=162&pageIndex=9&searchCondition=&searchKeyword=
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3월18일 05시55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