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2월에 올해 전망치를 2.2%에서 2.1%로 처음 내린 데 이어 석 달 만에 0.6%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이 같은 하향 폭은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첫 타깃이 된 멕시코(2.5%포인트), 캐나다(1.3%포인트) 다음으로 크다. 계엄·탄핵 여파로 인한 극심한 내수 부진을 이번 전망치에 처음 반영한 데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이 관세 태풍의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본 것이다.
OECD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3%에서 3.1%로 내린 것을 비롯해 주요국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촉발한 미국에 대해서도 2.4%에서 2.2%로 낮춰 잡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전쟁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는데, 한국의 두 번째 수출 시장인 미국이 휘청거리면 우리 경제는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더 우려스러운 건 미국이 예고한 관세 폭탄이 한국을 정조준할 경우 1%대 중반의 성장률마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2일 무역 상대국의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한 무차별 상호 관세를 예고했고, 특히 한국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반도체를 콕 집어 25% 이상의 관세를 언급했다. 관세 폭탄을 맞기도 전에 지난달 하루 평균 수출액은 6% 가까이 감소하며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꼈다.
여기에다 탄핵 정국이 길어지면서 내수 침체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코로나 위기 때보다 힘들다”는 하소연이 쏟아지더니 최근 두 달간 폐업한 자영업자가 20만 명에 달한다. 1월 생산·소비·투자도 일제히 하락하며 코로나급 충격을 받았다. 고용 시장에도 내수 한파가 몰아쳐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내수와 수출에 동반 비상등이 켜졌는데도 경기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정치권이 추경 논의 등을 위해 국정협의회를 열겠다고 합의한 게 1월 9일인데, 40여 일 만에 첫 회의를 열더니 기싸움을 벌이며 파행을 거듭했다. 여야는 18일이 돼서야 정부에 이달까지 추경안 제출을 요구하기로 합의했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추경 동력이 사실상 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기 회복의 불씨를 그나마 살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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