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신' 나달, 프랑스오픈서 성대한 은퇴식…'빅4' 코트서 재회

▲ 라파엘 나달

은퇴한 '흙신'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홈 코트와도 같았던 롤랑가로스에서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2025년 프랑스오픈 대회 첫날인 2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의 메인코트 필리프-샤트리에에서 나달 은퇴식이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1만 5천여 팬들은 프랑스오픈을 상징하는 적갈색의 티셔츠를 맞춰 입고 나달을 기다렸습니다.

티셔츠엔 '고마워요 라파(나달의 애칭)'라고 쓰여있었습니다.

검은색 수트 차림의 나달이 코트에 들어서자 모두가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웃으며 화답하던 나달은 그의 활약상이 담긴 영상을 보더니 눈물이 그렁그렁해졌습니다.

나달은 2001년 프로 데뷔해 지난해 은퇴했습니다.

무려 24년 동안 코트를 누비면서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22차례나 우승했습니다.

그중 14차례 우승을 프랑스오픈에서 차지해 '클레이코트의 제왕'으로 불렸습니다.

프랑스인들은 롤랑가로스에서 빛나는 성과를 낸 나달을 자국 스타 이상으로 사랑합니다.

나달은 "20여 년간 뛴 이 코트에서 즐거웠고, 고통받았고, 이겼고, 졌고, 많은 감정을 느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코트라는 점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울먹이며 연설하던 나달은 글을 적어 둔 종이 한 장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고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볼보이가 달려와 잃어버린 페이지를 건네줬습니다.

그와 뜨거운 승부를 벌인 '빅 4'가 코트에 등장할 때 분위기는 절정을 이뤘습니다.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로저 페더러(스위스), 앤디 머리(영국)가 나달과 진하게 포옹했습니다.

이들 넷이 보유한 메이저 대회 타이틀은 도합 69개나 됩니다.

이 가운데 현역은 조코비치뿐입니다.

나달은 "여러분 때문에 코트에서 힘들었지만, 경쟁은 정말 즐겁기도 했다"면서 "우린 최고의 라이벌이었지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나달은 주최측으로부터 '레전드 트로피'를 받았습니다.

이어 나달의 발자국이 새겨진 명판이 공개됐습니다.

이 명판은 필리프-샤트리에 코트 바닥에 영원히 남습니다.

나달이 주인공이 된 대회 첫날, 큰 이변은 없었습니다.

올초 호주오픈에서 8강에 오른 토미 폴(12위·미국)은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엘머 몰러(112위·덴마크)를 3대 1로 이겼습니다.

올해 호주오픈 준우승자 벤 셸턴(13위·미국)은 로렌초 소네고(44위·이탈리아)를 3대 2로 제압하고 2회전에 진출했습니다.

지난해 윔블던 준우승자 로렌초 무세티(8위·이탈리아)는 야니크 한프만(142위·독일)에게 3대 0으로 완승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