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이 또다시 '돌림판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T1은 지난 18일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정규 시즌 1라운드 BNK 피어엑스와의 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1 대 2로 패했다. LCK는 라이엇게임즈가 주관하는 국내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프로 리그다. 이날 패배로 T1은 3승 3패를 기록하며 공동 4위에서 공동 5위로 한 단계 주저앉았다.
정규 시즌 개막 전부터 논란이 됐던 '원거리 딜러' 기용 문제가 결국 T1의 발목을 잡았다. 18일 피어엑스와의 경기에서 T1은 1세트 '스매시' 신금재가 선발로 출전해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2세트에 패배하자 신금재를 강판했다. '구마유시' 이민형을 출전시켰지만 결국 3세트를 내주며 매치를 내줬다.
T1이 소위 '돌림판 운영'으로 경기력 저하를 겪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돌림판 운영이란 주전 선수단을 확정하지 못한 채 여러 선수를 번갈아 출전 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선수 기용이 마치 복불복 게임 등에 사용되는 룰렛과 비슷하다는 부정적 의미로 주로 사용된다. 지난 LCK 2021 스프링 시즌에 T1은 10명의 선수들이 번갈아 투입됐다. 당시 선수들의 닉네임 앞 글자를 딴 '칸커페테케', '칸엘클구케' 등 무려 십여 가지에 달하는 조합이 등장했다. 이 같은 방식은 선수들의 연습량 부족으로 팀 합의 저하를 가져왔다. 해당 시즌 T1은 11승 7패로 최종 4위를 기록하며 '최악의 스프링 시즌'을 보냈다.
관계자들 사이에선 결국 해법은 '로스터 고정'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실제로 T1은 2021년 서머 시즌에는 몇 차례 조정을 겪은 뒤 '칸오페구케' 로스터를 고정했다. 이후 정규 시즌은 4위에 그쳤지만 플레이오프에서 결승 진출에 성공하며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T1 코치진의 고민도 깊을 수밖에 없다. 이민형은 지난 2023년과 2024년 T1의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월즈) 우승을 함께한 베테랑이다. 다양한 경험과 2년간 함께 하며 쌓아온 팀 합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신금재는 어린 나이에서 나오는 빠른 반응속도 등 우수한 피지컬 능력을 갖췄다. 이민형이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제리, 카이사 등을 잘 다루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결국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T1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LCK는 올해부터 정규 시즌을 하나로 통합했다. 이에 따라 전반기 1~2라운드 성적의 중요도가 더욱 커졌다. 우선 상위 6개 팀만 국제 대회인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선발전에 참가할 수 있다. 또한 하반기 3~5라운드가 레전드 그룹과 라이즈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1위부터 5위 팀이 경쟁을 벌이는 레전드 그룹에 속한 팀은 플레이오프 진출 등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
LCK 팀들은 정규 시즌 1~2라운드를 합쳐 총 18번의 경기를 치른다. 1라운드가 반점을 돈 지금 T1은 벌써 3분의 1에 해당하는 6번의 경기를 치렀다. 선두권인 젠지 e스포츠와 한화생명e스포츠는 이미 5승 0패, 4승 1패로 치고 나가고 있다. 6위인 OK저축은행 브리온(2승 3패)과의 격차 단 1승에 불과하다. T1이 '돌림판의 악몽'을 떨쳐내고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