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당한 北 ‘뉴욕 채널’[횡설수설/김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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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공식 수교를 맺지 않은 미국에 대사관을 두지 못한다. 그 대신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주유엔 북한대표부가 북-미 외교 창구 역할을 한다. 유엔 본부와 걸어서 5분 거리, 도심에 있다. 이른바 ‘뉴욕 채널’이다. 유엔 본부가 있는 곳에 각국이 대표부를 파견할 수 있다는 국제협약 덕분에 북한 외교관이 미국 본토에서 공식적으로 상주한다. 한국과 대(對)유엔 외교경쟁을 펼치던 1973년 옵서버 자격으로 처음 설치한 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남북은 1991년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 다만 북한 외교관들은 북한대표부 사무실에서 반경 25마일(약 40km)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이곳이 최근 엉뚱하게 주목을 받았다. 대표 전화번호에서 북한을 조롱하는 음성 안내가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전화를 걸면 몇 차례 신호 연결음이 울린 뒤 기괴한 고음의 여성 목소리로 “세상에(Holy shit)! 우리 쓰레기 안 가져가? 하긴, 북한에서 우린 다 쓰레기지. 하하하!”라는 녹음이 나왔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이야기하고 싶으면 내게 말해. 그러면 누군가 (굶지 않고) 곧 밥을 먹게 될지도 모르지”라는 음성도 있었다고 한다. ▷북한이 기겁할 만한 이런 메시지들이 나온 건 음성사서함 해킹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네 자리 숫자인 음성사서함 비밀번호는 불법이지만 40달러(약 5만3500원)만 있으면 알아낼 수 있다고 한다. 해킹 음성도 실소를 자아내지만, 더 이목을 끄는 건 이런 메시지 존재도 모른 채 전화가 방치됐다는 점이다. 뉴욕 채널이 제 기능을 잃은 모습의 단면이라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뉴욕 채널은 부침을 반복했다. 미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한의 플루토늄 핵 동결 등을 담은 1994년 제네바기본합의서 채택의 실마리 역할을 했다. 조지 W 부시,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는 빙하기를 거쳤다. 트럼프 1기 북-미 정상회담 협상을 위한 준비 시점에선 적극 가동됐다. 정상회담 준비 실무를 주도한 김영철 당시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2018년 5월 ‘뉴욕 회동’을 한 곳이 북한대표부와 도보 7분 거리에 있었다. 다만 회담 실패 뒤 뉴욕 채널은 다시 닫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뉴욕 채널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친서를 전달하려 했지만 북한 측이 수령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북한의 고자세에도 트럼프 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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