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외교관으로 일본에 첫 해외 발령받았던 때가 떠오른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에 대한 일본의 관심이 높아졌고, 일본 기업의 한국 투자도 점차 늘어나던 시기였다. 하지만 양국 간 문화 교류는 여전히 더뎠고 풀어야 할 숙제도 많았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양국 관계는 큰 부침을 겪기도 했다.
강산이 네 번 가까이 바뀐 올해 8월, 이재명 대통령은 첫 미국 방문에 앞서 일본을 찾았다. 한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양자 회담 방문국으로 일본을 선택한 것은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60년 만에 처음이다. 양국 정상은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키자며 새로운 60년의 시작을 알렸다. 서로에게 중요한 파트너가 된 한·일 관계를 잘 보여준 장면이다.
한·일 관계의 진전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올 상반기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478만 명으로 방일 외국인 중 가장 큰 비중(22.2%)을 차지했다. 양국을 잇는 항공편은 하루 250회가 넘는다. 지난해 일본은 한국에 61억2000만달러를 투자해 중국(57억9000만달러), 미국(52억4000만달러) 등을 제치고 최대 투자국이 됐다. 1965년 2억달러에 불과하던 한·일 무역 규모는 지난해 772억달러로 350배 이상 늘었다.
이제 한·일 경제협력의 획기적 전환을 생각해 볼 시점이다. 먼저 양국 청년이 서로 자유롭게 일하고 정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어떨까. 워킹홀리데이, 유학 등 짧은 경험을 넘어 상대국에서 취업과 정착이 쉬워진다면 산업 현장은 물론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도 더욱 깊어질 것이다. 나아가 양국이 하나의 생활권으로 발전할 수 있다. 27개 회원국 간 교역은 물론 인력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유럽연합(EU)이라는 거대 경제권이 작동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거세지는 보호무역의 통상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등을 통해 공급망 안정과 교역 다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양국이 미래 성장 엔진으로 삼고 있는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수소, 로보틱스 등 첨단 분야에서의 협력도 중요해지고 있다. 미·중 경쟁 구도가 격화하는 환경에서 한·일 경제 연대 강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협력 범위도 기존 산업을 넘어 문화·콘텐츠 영역으로 확장해야 한다. 양국은 이미 합작 아이돌 그룹 제작 등 음악산업에서 성공 사례를 축적 중이다. 이를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예술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 글로벌 히트작을 연이어 내놓는 한국과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축적해온 일본의 협력은 창의적인 작품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가 도쿄에서 공동 개최하는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 포럼’과 ‘한·일 재계 회의’는 이런 고민을 나누는 자리다. 정부 간 협력에 양국 경제계의 팀플레이가 더해져 ‘한·일 경제협력 2.0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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