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생산적 금융의 성공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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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생산적 금융의 성공 열쇠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은 10여 년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와 맞물려 가계부채 규모가 커지고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리 사회는 어느 순간 부채의존형 성장을 추구해왔다. 가계와 기업의 자금이 부동산에 묶여 경제 내에 자금이 흐르지 않고 고인 물이 돼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흐름을 멈춰 세워야 할 시점에 도달함에 따라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생산적 금융이 다시 부상하는 것이다.

생산적 금융의 이론적 배경에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있다. 케인스는 경제 내 자금흐름을 산업적 순환과 금융적 순환으로 구분했다. 산업적 순환이란 금융이 실물경제를 뒷받침해 생산과 고용을 확대하는 것을 의미하는 데 비해 금융적 순환은 자금이 금융시장 내부에 머물면서 자산 가격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것을 뜻한다.

금융적 순환이 지나치면 실물경제와 분리돼 경제 내 불균형이 생긴다. 금융적 순환이 산업적 순환을 지배하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잃게 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이런 금융적 순환이 비대하게 커져 거품이 형성되면서 발생한 대표적 사례다. 그 당시 우리는 가계부채의 디레버리징이 필요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과감한 정책을 펴지 못한 것이 대규모 가계부채의 원인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금융적 순환에 과도하게 쏠려 있기 때문에 산업적 순환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산업적 순환을 달리 표현하면 생산적 금융이 된다.

정부는 육성해야 할 미래전략첨단산업을 설정하고 이 분야로 자금이 흘러가는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정책을 추진한다. 모든 경제주체가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산업으로 흘러갈 수 있게 힘을 합쳐야 한다. 혁신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의 금융 지원을 다양화하고 투자를 장려하되 회수시장을 키워서 생산적 금융 내에서도 자금이 원활하게 흐를 수 있어야 한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자금이 투자될 수 있도록 세심한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생산적 금융에서 연구개발(R&D) 투자는 중요하다. R&D 투자야말로 생산적 금융을 위한 생태계 조성의 기초다. 장기적인 계획 아래 산업별 R&D 기반을 탄탄하게 조성해야 한다. 일례로 일본은 노벨상 수상자를 벌써 30명이나 배출했는데, 우리는 비과학 분야에서 2명뿐이다.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인 R&D 관리가 시급한 이유다.

한편으로 금융이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자체 산업으로서 금융의 발전도 등한시할 수 없다. 금융의 본질적 기능은 지급 결제, 자금 중개, 자산 관리, 위험 관리 등이다. 생산적 금융은 핵심인 자금 중개 기능을 강조한다. 나머지 기능을 강화해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증대시키는 것도 금융의 중요한 책무다. 이런 두 가지 역할에 균형을 맞춘 금융 성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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