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논리보다 감각이다. 설명하기 어려운데도 끌리고, 말로는 부족해도 마음이 움직이는 어떤 힘! 넷플릭스에서 돌풍을 일으킨 한국 콘텐츠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은 그 감각의 힘을 증명한 사례다. 잘 짜인 이야기 덕만은 아니다. 공간의 구조, 색감의 결, 자막의 움직임, 인물의 동선까지 치밀하게 설계된 시각 언어와 정서적 리듬이 끌어낸 경험의 몰입! 보는 것이 아니라 ‘빠져들게’ 한 것이다. 여기에서 디자인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감정의 엔진이었다.
케데헌의 성공은 디자인이 미적 포장을 넘어 감정과 기억, 몰입을 설계하는 전략이 돼야 함을 보여준다. 배우의 눈빛, 조명의 각도, 영상의 템포까지 정밀한 디자인적 사고로 구축된 이 콘텐츠는 ‘경험하는 브랜드’가 됐다. 이는 콘텐츠산업을 넘어 전 산업에 던지는 메시지다. 디자인은 이제 꾸미는 기술이 아니라 문화를 이끄는 감각의 언어이며 마음을 움직이는 구조라는 것이다.
디자인은 시대와 함께 진화해 왔다. 때로는 시대보다 앞서 걸었고, 때로는 한 걸음 뒤에서 흐름을 비췄다. 중요한 건 언제나 오늘에 만족하지 않는 낭만적 자유와 이의 실천이다. 실천된 낭만은 오늘의 혁신이고, 내일의 전망이다.
우리는 지금 ‘뉴로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인간의 무의식적 반응을 데이터로 해석하고 어떤 색이 안정을 주는지, 어떤 구조가 몰입을 유도하는지를 밝혀내는 감각의 과학. 단순히 보기 좋은 것을 넘어 ‘어떻게 느끼게 할 것인가’를 설계하는 기술이다. 디자인은 더 이상 눈에 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뇌와 감각, 기술과 감정이 만나는 지점에서 말할 수 없는 자의 언어가 되고, 표현하지 못한 감정의 길이 되고, 드러나지 않은 관계를 잇는 다리가 된다.
“디자인은 삶의 혼란에 질서를 부여하는 가장 깊은 언어다.” 프랑스 작가 앙드레 말로의 말에서 영감을 얻는다. 오늘날 디자인이 예술을 넘어 감정의 구조를 짓고 세상을 연결하는 힘이 되고 있다.
기술이 세상의 가능성을 확장한다면, 디자인은 그 가능성에 공감과 생명을 불어넣는다.
우리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도시의 풍경, 정책의 방향, 제품의 형태, 콘텐츠의 서사, 나아가 우리의 삶 자체까지—모든 것이 디자인이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질문은 조용하지만 깊은 파동이 돼 세계를 흔들고 있다. 그 파동의 중심에는 감각으로 세상을 설득하는 나라, 한국이 서 있다.
디자인은 그런 것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감정을 들리게 하고, 만질 수 없는 관계를 이어졌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 디자인은 소리 없는 외침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