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재인이 열 여덟살에 촬영한 '하이파이브'를 성인이 되어 개봉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만난 이재인은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드디어 이 영화를 본다는 마음에 설렜다"며 "'뿌엥' 하고 울었던 이유는 현장에 부모님이 계셨는데 딱 들어가자마자 눈이 마주쳤다.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시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18살에 촬영한 작품인데 성인이 되고 나서 보니 누군지 못 알아보겠다"며 "그때 귀여운 고등학생의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 좋다"고 말하며 웃었다.
2021년에 촬영을 완료한 '하이파이브'는 후반 작업이 진행 중이던 2023년 2월, 출연 배우 유아인이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개봉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이후 약 4년간의 공백을 거쳐 개봉을 확정했다.
4년 만에 개봉하게 된 데 대해 이재인은 "불안하거나 걱정되진 않았다"고 했다. 그는 "강형철 감독께서 계속 편집하는 모습을 보고 대화도 나눴다. 그 시간 동안 영화가 발전되는 모습을 보기도 했고, 영화가 완성되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재인은 영화 촬영 후 기다림의 시간에 강 감독과 배우들을 더 자주 만났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만들었던 과정이 있었으니 언젠가 개봉하겠다고 하는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한 사람의 영화가 아니다'라고 하셨는데, 그게 깊게 다가왔다. 영화 끝나고 크레딧을 보는 데 정말 길더라. 그걸 보고 더 그런 마음이 들었고, 개봉하게 되어 기쁘다"고 털어놨다.
영화 '하이파이브'에서 심장부터 폐, 신장, 간, 각막을 장기 이식받은 다섯 명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초능력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액션 활극이다.
이재인은 이 영화에서 오랜 병치레로 친구 없이 외롭게 지내다 심장을 이식받은 후 괴력과 스피드를 얻은 태권 소녀 완서 역을 맡았다. 그는 프리 프로덕션부터 촬영까지 액션 트레이닝을 거쳤고 태권도, 복싱은 기본, 와이어 액션을 위한 체조까지 다양한 훈련을 병행해 대부분의 장면을 대역 없이 직접 연기했다.
이재인은 3번의 오디션 끝에 완서 역을 맡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오디션 대본이 특이했다. '괴물'의 변희봉 선배 대사가 있었다. 할아버지 대사를 하고 도대체 어떤 배역일까 궁금했는데, 나중에 대본을 보고 꼭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발차기를 보여달라고 하셔서 제 인생에 가장 높은 높이로 발차기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재인은 극중 캐릭터와 인간 이재인의 반전 매력을 선보이고 싶어 했다. 그는 "그동안 스포츠 선수 역할을 자주 했던 편이기도 한데 상대와 합을 맞추는 액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감독님께서 제 발차기를 보시고 가능성을 보신 것 같다. 체력이 엄청 좋은 편이 아닌데 정신력으로 버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완서는 원래 환자였는데 심장 이식을 받고 초능력이 생겨났다. 여려 보이는데 성인 남성과 싸울 수 있는 반전 매력이 있다. 그래서 동질감을 느끼는 캐릭터를 연기해서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이재인은 영화 개봉을 기다리며 다이어트를 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5kg 정도를 뺐다. 관객들에게 영화의 완서와 제가 달라진 모습, 반전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라며 "실제로 봤을 때 캐릭터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오히려 기분이 좋더라. 캐릭터로서의 나를 잘 보여드렸구나 싶다. 솔직히 예쁘게 나오고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재인은 2012년 '노란 복수초'로 데뷔한 후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 '라켓소년단', '밤이 되었습니다', '미지의 서울', '영화 '사바하', '발신제한' 등에 출연했다.
그는 "이성이 생긴 뒤부터 진짜 데뷔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20대의 매력을 다 보여주고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고 싶다"며 "10대 시절에 할 수 없었던 로맨스를 해보고 싶다. '라켓소년단', '미지의 서울'에서 조금 해 보고 '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이파이브'는 오는 30일 개봉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