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리오사AI "내달 '레니게이드' 양산 돌입…글로벌 판매 본격화"

1 hour ago 1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이솔 기자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이솔 기자

“TSMC 5나노 공장에서 내년 1월부터 레니게이드 양산을 시작합니다. 기술 검증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판매에 나설 시점입니다.”

최근 미국 보스턴에서 만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한국에서 설계한 AI 반도체가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으로 향하는 분기점이 열렸다”고 강조했다. 퓨리오사AI는 엔비디아,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하며 폭발적으로 확장 중인 AI 인프라 시장에서 추론(Inference) 특화 칩 레니게이드로 승부수를 던졌다.

백 대표는 “AI 반도체 산업은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며 “기술은 이미 증명했고 앞으로는 얼마나 빠르게 확장하느냐가 승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백 대표가 보스턴을 찾은 이유도 레니게이드의 초기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는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업인 아카마이 등 보스턴 기반 인프라 기업들과 미팅을 갖고 레니게이드를 글로벌 서비스망에 적용할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카마이는 전 세계 수십만 대 서버를 운영하는 보안·엣지 컴퓨팅 기업으로 추론용 AI 칩의 대규모 수요처 중 하나다. 백 대표는 “앞으로는 중앙형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엣지에서의 추론 수요도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보스턴 방문은 레니게이드의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한 첫 단계”라고 말했다.

퓨리오사AI의 레니게이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SK하이닉스 제품을 채택했다. 백 대표는 “HBM 공급, 패키징, 생산 파트너까지 모두 확보돼 양산이 가능해졌다”며 “AI 반도체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글로벌 공급망을 구성하는 것인데 고비를 넘긴 셈”이라고 설명했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가 AI 칩 '레니게이드'의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보스턴=이영애 기자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가 AI 칩 '레니게이드'의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보스턴=이영애 기자

백 대표가 내세우는 레니게이드의 강점은 전력 효율이다. 엔비디아 AI 반도체인 L40S와 비교해 전력 효율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GPU가 가솔린 차라면 우리는 전기차”라며 “성능은 유지하면서 에너지는 훨씬 적게 쓰기 때문에 글로벌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퓨리오사AI는 LG AI연구원을 비롯한 국내외 주요 기업들과 레니게이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백 대표는 “단순한 테스트 수준이 아닌, 내부 추론 플랫폼에서 우리 칩을 실제로 시험하며 엔비디아 GPU를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계약 물량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3세대 칩은 ‘스토크(Stork)’ 내후년께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2세대 칩 레니게이드는 지난해 8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핫칩스’에서 엔비디아·AMD·인텔과 함께 메인 세션에 오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백 대표는 “1세대에서 2세대로 올 때 성능이 수십배 향상됐다”며 “보통 새로운 세대 칩을 3년 터울로 공개하는데 3세대 칩도 내부적으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세대에서는 글로벌 고객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AI 반도체는 개발 자체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한 세대의 칩을 개발하는 데만 약 2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대표는 내년 상반기 약 400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200명 수준인 직원 수도 3배 이상 규모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미국 지사에는 메타 출신 등 빅테크 근무 경험이 있는 직원 10명을 두고 있다.

최근 정부가 엔비디아 GPU 26만장을 한번에 확보하며 업계에서는 엔비디아 의존도가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다만 백 대표의 시각은 달랐다. 그는 “GPU 26만장이 들어와야 우리 칩도 26만장 팔린다고 생각한다”며 “추론 시장이 커지려면 AI 생태계 자체가 커져야 하기에 되려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I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추론 인프라의 수요도 커지고 레니게이드가 설 자리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 관심이 많은 기업공개(IPO)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백 대표는 “IPO 여부보다 본질적인 비즈니스와 연구개발(R&D)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보스턴=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