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숲의 기적’ 50년, 기후 도전 앞에 선 새 50년[기고/김인호]

3 weeks ago 6

김인호 산림청장

김인호 산림청장
10월 18일은 ‘산의 날’이다. 산의 날은 숲이 우리 삶에 주는 가치를 되새기고 산과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를 다짐하는 뜻깊은 날이다. 올해로 24번째를 맞는 산의 날을 앞두고 경기 포천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그곳에는 ‘산림헌장’ 기념비가 있다. “숲은 생명이 숨 쉬는 삶의 터전이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기름진 흙은 숲에서 얻어지고, 온 생명의 활력도 건강하고 다양하며 아름다운 숲에서 비롯된다”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산림헌장은 2002년에 제정됐다. 그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산의 해’였다. 유엔은 산이 지닌 환경·사회·경제적 중요성을 알리고 산림 생태계의 보호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이를 기념했다. 산은 지구 육지 면적의 약 31%를 차지하며, 많은 인구가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 물과 에너지, 광물, 생물다양성 등에서 큰 가치를 지니지만 산업화와 도시화로 그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토의 63%는 산림이다. 단군신화부터 백두대간 문화에 이르기까지 산과 숲은 우리의 정신과 삶을 지탱해 온 존재였다. 예로부터 우리는 산을 숭배하고 산속에서 삶의 지혜를 얻어 왔다. 산과 숲은 경제적으로는 핵심 자산, 사회적으로는 공동체의 연결고리, 환경적으로는 생명 순환의 기반이었다.

우리 산림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149조 원, 대기 정화와 수원 함양 등 공익적 가치를 합하면 408조 원에 달한다. 산과 숲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행복을 선물한다. 아이들은 유아숲체험원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정서를 키우고, 청소년은 숲속 교육을 통해 집중력과 자존감을 기른다. 직장인에게는 쉼터, 노년층에게는 고독과 우울을 완화하는 치유의 공간이다. 전국 산림복지시설 1100여 곳에서 매년 3200만 명이 휴식과 치유를 누린다. 숲길을 30분만 걸어도 스트레스 호르몬이 16% 감소하고 면역세포 활성도가 50%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처럼 산과 숲이 제공하는 가치는 하나의 잣대로 설명할 수 없다. 환경·사회·경제적 측면이 맞물려 어우러질 때 숲의 진정한 의미가 완성된다. 그러나 우리는 숲을 환경 보호의 대상이나 자원 활용의 시각으로만 보는 경우가 있다. 이제는 이러한 단편적 시각을 넘어 ‘통합적 관점’으로 산림을 이해하고 관리해야 한다.

지난 50년간의 산림 녹화는 국민 모두의 손으로 이룬 기적이었다. 황폐한 산을 푸른 숲으로 바꾼 성과를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50년은 또 다른 도전이다. 기후 재난, 산불·산사태, 생물다양성 감소 등 새로운 위협 속에서 산과 숲은 더 복합적인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산림 정책은 환경 보전, 경제 발전, 국민 행복과 복지의 조화를 고려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산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우리가 숲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되돌아보는 날이다. 산과 숲은 모든 생명이 숨 쉬는 터전이다. 환경적 보전, 사회적 역할, 경제적 효용이 어우러질 때 산과 숲은 진정한 의미의 지속 가능한 자산이 될 수 있다.“꿈과 미래가 있는 민족만이 숲을 지키고 가꾼다.” 산림헌장의 이 문구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산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통합적일수록 숲은 더 깊고 넓게 살아 숨 쉴 것이다. 산림청은 ‘사람을 살리는 숲, 숲을 살리는 국민’이라는 통합적 비전을 바탕으로 산림정책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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