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1단계[임용한의 전쟁사]〈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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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아랍 주변국들의 협박과 중재로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종식을 위한 1단계 평화협정이 체결됐다. 강경파의 반발을 우려하던 이스라엘 내각도 이 휴전안에 합의했다. “미국 협박이 역시 대단하구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양측의 전쟁 수행능력도 한계에 이르렀기에 1단계 휴전안 정도는 어느 정도 기대가 됐다.

이스라엘인에게 물어봤다. 이 전쟁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이냐고. 대체로 대답은 비슷했다. 인질을 구출하고 하마스를 제거할 때까지라고 했다. 2년이나 지속된 전쟁은 이스라엘에도 초유의 경험이다.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는 것 같지만, 이스라엘의 피해도 작지 않다. 인플레이션은 심각하고, 외국인 노동자가 오지 않아 농장은 텅 비었다. 전사자 수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쟁 발발 당일 ‘노바뮤직 페스티벌’ 희생자와 인질의 수를 초과한 것은 분명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스라엘 국민이 한마음으로 달려가고 있지만, 사태가 해결된 다음에 따질 목록도 챙겨두고 있다.

가자 주민의 고통과 하마스의 피해는 이스라엘에 비할 수준이 아니다. 핍박받는 사람은 단결한다고 하지만, 집단적 분노의 역할은 언제나 제한적이다. 가자 전쟁은 하마스를 90% 수준으로 지지하던 주민들에게 하마스의 치부도 드러내고 말았다. 전쟁이 마무리되면 주민들의 분노가 이스라엘 못지않게 하마스로 향할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번 휴전과 합의도 아직은 불안하다. 휴전의 목적은 생존과 번영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건재하는 한 평화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반면 하마스가 휴전에 동의한 이유는 자신들의 생존과 가자지구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2, 3단계 휴전안은 하마스의 목표와 어긋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위한 합의였을까? 올해 노벨평화상도 이미 지나갔다. 1단계 휴전안이라도 잘 진행되기를 바랄 뿐이다.

임용한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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