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카카오가 '슈퍼앱' 전쟁에서 이기려면

1 month ago 14

[특파원 칼럼] 카카오가 '슈퍼앱' 전쟁에서 이기려면

최근 카카오톡을 이용하던 중 업무상 중요한 파일을 다운받지 못해 당황한 적이 있다. 파일 저장 기간이 만료돼서다. 카카오톡은 통상 채팅방으로 전송된 사진과 파일을 한 달 이내로 보관한다. 만료된 파일을 보려면 ‘톡클라우드’라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독해야 한다. 가장 저렴한 요금제는 100기가바이트(GB)를 주는 월 1900원짜리 서비스인데 지난달 13일 용량을 30GB로 줄이고 가격은 월 2100원으로 높였다.

정반대 경험도 했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챗봇인 제미나이를 유료로 구독하자 클라우드 용량 2테라바이트(TB)를 제공받았다. 무료인 메신저와 유료인 AI 챗봇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글로벌 메신저 텔레그램 사용자는 클라우드에 무기한 자료를 저장할 수 있다.

슈퍼앱 핵심은 서비스 간 시너지

글로벌 앱들은 ‘슈퍼 플랫폼’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텐센트의 위챗으로 대표되는 중국형 슈퍼앱 모델을 미국 기업들도 뒤따르는 추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수한 X(옛 트위터)는 전자결제뿐만 아니라 xAI의 AI 모델 ‘그록’을 적용했다.

슈퍼 플랫폼의 장점은 명확하다. 하나의 서비스가 다른 서비스와 결합돼 편리함이 배가된다. 생태계가 확장되는 것이다. 구글은 크롬 브라우저에 제미나이 챗봇을 붙이고 앞으로 지도, 캘린더, 메일 등의 기능도 더할 계획이다. 압도적인 가치를 제공하면 사용자는 자발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구글은 사용자의 검색 기록, 챗봇과의 대화 내역 등을 AI 개발을 위한 재료로 활용한다. 공짜로라도 이 재료를 확보해 더 가치 있는 제품인 AI 서비스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한때 글로벌 빅테크가 애용하던 록인(lock-in) 전략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카카오의 전략과 관련해 ‘사용자의 과거 대화를 수익화하려는 의도’라는 추측이 나오는 것과 대조적이다. 록인된 사용자에게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형태로는 슈퍼앱으로 발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데이터 상업화보다 AI 개발해야

“연 490조원을 벌어들이는 글로벌 공룡을 국내 기업과 비교하는 것은 야박하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네이버, 카카오 등 한국의 플랫폼 기업은 글로벌 빅테크에 맞서 예외적인 성공을 거둔 경험을 갖고 있다. 구글을 차단한 중국을 제외하면 검색 시장을 구글에 장악당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이제 게임의 틀이 바뀌고 있다. AI가 세상을 바꾸는 지금은 기술의 변곡점, 레이싱으로 치면 커브 구간이다. 선두가 후미와 격차를 벌릴 수도, 혹은 후발 주자가 선두를 따라잡을 수도 있다. 현재 상황은 전자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미국 빅테크들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비해 카카오톡은 챗GPT를 이식했고, 네이버의 클로바X도 해외 주요 모델에 비해서는 성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I 시대 슈퍼앱 경쟁의 관건은 결국 AI 생태계를 누가 더 확장할 수 있느냐일 것이다. 검색 시장의 태동기에는 정부 지원도 없었지만 이제는 ‘소버린 AI’라는 명분 아래 든든한 지원군이 여럿 있다. 지금의 한국 테크업계에 필요한 것은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시야를 멀리 두고 제2의 창업을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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