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명 유덕규 기자
- 입력 2025.09.26 16:57
- 수정 2025.09.26 17:27
미니게이트·서울교대·이화여대·대구대·국립특수교육원 참여
교사 부족 등 현실적 어려움에 AI 도입 필요성 증가
“특수교육에 AI 활용, 근본적으로 다듬을 필요 있어”
어떻게보단 왜, 빠르게보단 잘 도입해야… 교육 목표 전환 필요

“AI시대를 맞은 지금 시대는 지식이 필요한 시대가 아닌 지혜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정훈 미니게이트 대표의 말이다. 그는 AI시대를 맞아 성취도 향상에서 학생 이해와 사회 적응으로의 교육 목표 전환에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이를 똑똑하게 가르치는 것이 아닌 아이의 상태나 어디에서 힘들어 하는지, 뭘 답답해 하는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포용을 위한 인공지능 : 특수교육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컨퍼런스 패널토론에서 인공지능(AI)을 서둘러 도입하기 보다는 교육 방식의 근본적인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기존 교육 방식에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보다는 왜 사용해야 하는지부터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특수교육의 현실과 AI
정훈 미니게이트 대표는 특수학교 현장 참관 경험을 예로 들며 실제 교육현장은 현실적으로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수학교에 직접 가보니 학생 4명에 선생님과 보조교사가 관리한다”며 “1대1 맞춤형 교육은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교사들이 일단 귀찮거나 이용함으로써 업무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상당한 부담감이 있다”며 “AIDT가 사실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것도 그런 부분들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캐나다에서의 경험은 정 대표가 교육 목표를 근본적 재정립의 필요성을 깨닫게 하는 계기였다. 그는 “캐나다 교육기관의 한 전문가는 자폐가 있는 아이에 대해 ‘이 아이들 부모가 죽었을 때 아이들만 남게 됐을 때 어떻게 살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며 “그때 깨달았는데, 우리는 아이가 시험을 잘 봤는지만 물어보지 ‘어땠는지’에 대해 물어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지식이 필요한 게 아니라 지혜가 필요한 시대”라며 “지식은 AI가 다 주고 정보가 너무 많으니까, 그걸 가지고 내가 내 생각을 어떻게 잘 뽑아내서 내 의견을 소통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정 대표는 AI 활용의 핵심을 학생 상태 파악에서 찾았다. “특수교육은 아이들의 발달 정도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정확하게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으면, 그걸 가지고 선생님도 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모님들도 우리 아이가 어떤 부분이 좋고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데이터로 파악하고 개선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특수교육에서 왜 AI를 쓰려고 하는가”
이영선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기술 도입에 앞서 근본적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수교육에서 AI를 어떻게 잘 사용할까’는 고민을 하기 전에 ‘특수교육에서는 왜 AI를 쓰려고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질문이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개별화교육계획(IEP) 작성의 어려움을 지적하며 “비전공자가 설계할 수 있는 툴만 있어도 교사들은 훨씬 많은 것들을 해보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명의 교사가 4명의 아이를 위해서 모든 시간에 계획에 맞춰 여러 가지를 미리 준비해 오는 것은 쉽지 않다”며 “최근에는 그런 부분들을 대형언어모델(LLM)에게 시키면서 그것들을 활용하기가 쉬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선 교수는 연구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연구자 입장에서 여러 가지 효과가 있는 시도를 하더라도, 그 효과가 지속될 것인가가 문제”라며 “교사가 연구자가 빠진 다음에도 그걸 쓸 것인가, 계속 쓸 수 있게 해줄 것인가에 대한 정책이 같이 붙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보람 대구대 아동가정복지학과 교수는 탄자니아에서의 AI 기반 디지털 디바이스 활용 경험을 공유하며 왜 이러한 기술들이 필요한지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성공 경험을 소소하게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차별을 경험하거나 좌절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들이 성공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런 AI 기반 디지털 디바이스가 굉장히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보람 교수는 교사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당연히 굉장히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들은 당장에 ‘또 해야 되고, 배워야 되고, 추가적인 업무가 주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약간의 허들만 조금 넘으면 ‘괜찮네, 계속해보고 싶어요’라는 경험을 공유해 준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에 따르면 부모들의 반응은 특히 긍정적이었다. 그는 “부모님들이 아이의 상태를 볼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아하셨다”면서 “그동안 학교 안에서 어떤 과정을 따라 치료를 받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힘들었는데, 그런 것들을 확인할 수 있어서 그런지 굉장히 만족도가 높았다”고 강조했다.

◇ 정책적 비전과 현실
이정현 국립특수교육원 디지털교육지원과장은 현재 진행 중인 정책과 현실적 제약을 설명했다. 이 과장에 따르면 현재 국립특수교육원에서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과장은 “장애학생들이 교육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일과 장애학생들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성과로는 지난해부터 AI 관련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해서, 특수교육 기본교육과정 콘텐츠를 만들었다”면서 “올해에는 초등 3-4학년, 5-6학년 대상으로 추가 개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AI 플랫폼 구축에서 어려움이 없던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아쉽게도 우리 콘텐츠와 AI 플랫폼이 지금 없기 때문에 학생 개별 맞춤형으로 연계될 수 있는 부분들이 조금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활용 제약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현재 있는 다양한 규제들이 어떻게 완화되느냐에 따라서 학생들한테 어떠한 정보들을 제공해줄 수 있는 기초 자료를 만들 수 있느냐가 결정된다”면서 “특수교육은 거의 소규모 시장이라, 민간에서 도전하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봉제 서울교대 교수는 데이터 활용의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병원에 있는 제 데이터를 저를 진단했던 의사만 볼 수 있다”며 “마찬가지로 학교나 특수교실에서 학생들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특수교육에서 활용되는 AI 에이전트를 따로 만들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특수교육 AI에 대한 근본적 관점 전환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 교수는 “비장애인 대상으로 개발된 AI를 장애인용으로 변환하는 게 아니다”며 “장애인용으로 개발된 AI를 비장애인들에게 확산시키는 것이 어떨까”며 비전을 제시했다. 이유는 장애인용으로 개발된 AI는 학생들이 5~10초 더 집중하는 능력을 기르는데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장점은 일반 학생들에게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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