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GPT'에 대비하라

빅테크 최고경영자(CEO)와 유럽 지도자들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대놓고 아부하는 사람들 명단에 추가해야 한다. 아부해야 존재감을 얻는다. 최근 백악관 만찬에서 팀 쿡 애플 CEO는 2분도 안 되는 시간에 “감사합니다”를 여덟 번 말했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는 즉석에서 6000억달러 규모 투자 얘기를 지어낸 듯했다.

필자는 독자적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 중이다. 이른바 ‘트럼프GPT’. 대통령을 챗봇으로 시뮬레이션하도록 설계됐다. 훌륭한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을 다루려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약간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만 있으면 된다.

이 모델의 입력값은 모든 연설, 행정명령, 기자회견, 트루스소셜 게시물, 외국 정상들의 반응, 보도 기사들이다. 이 모델의 효용을 극대화하려면 짧은 단어만 써라. 크다, 승리, 일자리, 우선, 추방. 수십억달러의 미국 투자를 약속한 뒤 “미국이 돌아왔다”고 외쳐라.

트럼프GPT 매뉴얼

아부는 언제나 통한다. 관세 면제를 원한다면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제 생각에 동의합니다”라고 말해라. 노동자, 공장 일자리, 닫힌 국경, 균형 재조정, 중국 얘기를 꺼내라. 반드시 주목받을 것이다. ‘놀라운’ ‘가짜 뉴스’ ‘마녀사냥’ 등 트럼프 어휘를 흉내 내라. 충성 서약은 플러스 요인이다.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언급도 나쁘지 않다. 이런 아부성 프롬프트 규칙을 따르니 놀랍게도 트럼프GPT 출력이 꽤 그럴듯하게 들렸다. 적들을 언급하라, 아이비리그, 허약한 엘리트, 진보세력. 트럼프GPT에는 깊은 보복심이 내재돼 있다.

필자는 트럼프GPT에 난수 발생기를 넣어 관세율을 설정했다. 이상하게도 모델을 덮어버리는 큰 결함이 있다. 이름하여 LPTT(Last Person Talked To·마지막으로 대화한 사람). 상호관세 때문에 증시가 요동치던 4월 9일을 기억하는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피터 나바로 무역고문이 백악관 다른 쪽에서 회의하는 틈을 타 간섭 없이 대통령에게 관세 유예를 권고했다. 성공했다.

밈도 필요하다. 트럼프가 시카고의 범죄 퇴치 영웅이 되는 장면. 이런 밈을 X와 트루스소셜에 올려 존재감을 높여라.

'세 얼굴'의 트럼프

퇴출되기 전까지 일론 머스크는 사실상 트럼프GPT의 인간 버전이었다. 특히 원하는 것을 얻는 방식에선 말이다. 내각도 재빨리 뒤따랐다. 대변인인 캐롤라인 레빗은 대통령과 직접 뉴럴링크 뇌 연결이라도 있는 걸까. 때때로 트럼프GPT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럴 땐 원하는 걸 얻기 위해 강수를 둬야 한다. 그를 위대한 정치가, 러시모어산 대통령들에 비유하라. 아니면 푸틴, 시진핑 같은 권력 과시형 독재자를 언급해 그의 질투심을 자극하라. 트럼프의 노벨평화상 가능성도 언급할 수 있다. 그래도 실패한다면 보잉 747 중고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내가 말한 ‘인간 버전’과 마찬가지로 가상의 트럼프GPT도 세 가지 모드로 작동한다. 트롤링(상대를 도발해 약 올리는) 트럼프, 거래적인 트럼프, 변혁적인 트럼프. 이 중 변혁적인 트럼프는 실리콘밸리의 AI 꿈이자 달성하기 힘든 범용인공지능(AGI)에 가깝다. 우리는 여전히 그 등장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원제 ‘Get Ready for Trump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