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 될 뻔했던 에릭, 클럽 월드컵서 울산 공격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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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역사에 내 이름 남기도록…울산의 경쟁력 입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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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울산 HD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샬럿[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우버 기사 라이선스를 따기로 결심했죠. 도망칠 곳이 없었어요."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 나서는 울산 HD의 선봉장 에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크게 유행했던 시기를 돌아보면 감회에 잠긴다.

글로벌 택시 호출 플랫폼 우버 기사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딸이 태어난 지 6개월이 된 시기, 코로나19 유행으로 브라질 축구 리그가 중단되면서 에릭도 인생의 갈림길에 섰다고 한다.

15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르네상스 샬럿 사우스파크 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난 에릭은 "그때 아무것도 못 하고 6개월간 집에 있었다"며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우버 라이선스를 따려고 했는데 친구가 날 말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유행으로 훈련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브라질의 길거리를 밤낮으로 달렸다"며 "함께 뛰었던 그 친구가 나의 잠재력과 축구 실력을 믿으면서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했다. 돌아보면 어려운 시기였다"고 덧붙였다.

웃으면서 당시를 돌아본 에릭은 "살던 도시도 실업률이 높았고, 모두가 어려웠다. 친구도 마찬가지였다"며 "선수 경력을 끝내고 기사가 되겠다고 하니 '더 크게 될 수 있다'며 에이전트도 소개해줬다. 그때를 생각하면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친구의 격려 덕에 일어서기로 한 에릭은 고향 팀인 브라질 3부리그의 이파랑가FC에 입단하면서 선수 경력을 재개했다.

이때의 활약 덕에 2부리그의 바스쿠 다가마로 임대 이적한 에릭은 원소속팀 이파랑가에 복귀했다가 다시 2부 팀인 주벤투지로 둥지를 옮겼다.

이미지 확대 득점 후 포효하는 울산 에릭

득점 후 포효하는 울산 에릭

(서울=연합뉴스) 24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HD FC와 김천상무 FC의 경기. 울산 에릭이 득점 후 포효하고 있다. 2025.5.24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2024시즌 주벤투지가 승격하면서 브라질 1부의 그라운드도 밟는 등 코로나19 유행으로 바닥을 쳤던 선수 경력이 점점 상승세를 타더니 지난 3월 울산에 입단해 이제는 클럽 월드컵까지 경험하게 됐다.

에릭은 "울산은 리그 3연패를 한 팀이다.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경력도 있고, 클럽 월드컵에도 출전한다"며 "어느 선수든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나도 그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K리그에는 이제 100% 적응했다고 생각한다. 난 인생이 배움의 연속이라고 보고, 매일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시즌 초반 합류한 에릭은 울산 유니폼을 입고 공식전 14경기에서 9골을 터뜨리며 공격의 선봉장 자리를 꿰찼다.

에릭의 목표는 클럽 월드컵에서 세계적인 팀들을 상대로도 득점포를 가동하는 것이다.

울산은 18일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프리카공화국), 22일 플루미넨시(브라질), 26일 도르트문트(독일)와 차례로 맞붙는다.

자국 리그에서 오래 뛰었던 에릭은 대표 명문 플루미넨시가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다고 한다.

그는 "플루미넨시 선수들은 치아구 시우바를 비롯해 다들 최고의 기량을 보유했다. 내가 아는 정보를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 나눠주고 싶다"며 "우리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월드컵에서 뛴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많아 좋은 축구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목표만 보고 전진해야 한다. 마멜로디전에 일단 집중한 뒤, 그 이후에 플루미넨시와 도르트문트전에 집중하면 된다"며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팬들이 내 이름을 오래 기억하고, 울산 역사에 내 이름을 새길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최선을 다해 한국 축구의 수준을 입증하고, 울산이 경쟁력 있는 팀이라는 걸 보여주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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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al07@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6월15일 07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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