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4 음악산업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주로 이용하는 음악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서비스로는 멜론이 27.5%, 유튜브(무료)와 유튜브 뮤직(유료)이 43.8%, 지니가 8.9%, 플로가 7%를 차지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국민들이 어떤 OTT 플랫폼을 사용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인 2025년 5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보면 넷플릭스가 1451만명, 티빙이 716만명, 쿠팡플레이가 715만명, 웨이브가 413만명임을 확인할 수 있다.
BTS, 오징어게임, 기생충과 같이 K뮤직, K드라마, K무비 등 K콘텐츠의 전 세계적인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대략 절반은 유튜브라는 해외 플랫폼을 통해 K뮤직을 듣고 있고 K드라마, 영화도 넷플릭스라는 실리콘밸리 출신의 플랫폼에서 소비되는 경우가 가장 많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모바일 게임 대부분이 애플의 앱스토어, 구글의 구글플레이를 통해 다운로드 받아서 이용되고 나머지들도 스팀(STEAM)이라는 미국 회사가 개발된 플랫폼에서 출시되고 있는 것을 보면 게임도 마찬가지다.
유튜브, 넷플릭스, 스팀과 같은 플랫폼이 우리나라의 콘텐츠를 전 세계에 소개하고 글로벌 이용자들이 이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며 과감한 투자를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이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의 콘텐츠를 즐기는 경우에도 그 대부분이 다른 나라의 플랫폼에서 이루어진다면 이는 결국 우리 콘텐츠 산업에 크나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아직 우리나라 콘텐츠가 외국의 거대 플랫폼에 '종속'되었다고 까지는 말하기 이르다. 이러한 정도가 계속 심해질 경우 우리나라 콘텐츠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은 우리 콘텐츠 시장에 제한적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다. 플랫폼과의 힘겨루기 과정에서 주요 지식재산에 대한 권리들이 플랫폼에게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작사와 같은 콘텐츠 창작자와 그러한 콘텐츠의 유통을 담당하는 해외 플랫폼 사이에 편성 여부를 둘러싸고 구조적 병목현상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나라 제작사 등 콘텐츠 업계에 스며들게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4월 프랑스 텔레비전 광고연합(SNPTV)이 그 명칭을 'ADMTV(Alliance des Medias TV & Video)로 변경하고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인 아마존 광고, 디즈니 플러스, 넷플릭스의 정식 합류를 발표한 점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 역시도 기존의 콘텐츠 이용 방식이 해외 거대 플랫폼에 의해 획기적으로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나름대로의 분석을 통해 오히려 그 플랫폼들과 기존 레거시 미디어 사이의 연합을 구축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해당 플랫폼들을 나름대로 감시하고자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자국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를 어느 정도 보장받았다고도 이해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콘텐츠 강국으로 진입하고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세계를 사로잡을 수 있는 콘텐츠의 지속적인 창작과 그러한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온전히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동시에 그러한 콘텐츠가 플랫폼에서 합리적인 대우를 받으면서 소비되고 그로 인한 수익이 우리나라 콘텐츠 업계에도 적절히 배분되기 위한 구조와 콘텐츠 업계에서의 각 주체들의 역할이 무엇인지가 먼저 고민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이라는 것은 그 어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평평한 곳이라 이를 이용하는 사람이 그곳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되고 그곳에 대한 비판적인 의식을 가지기 어렵기 마련이다. 이러한 플랫폼에 한번 고착화되면 이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거대 플랫폼에의 '종속'이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가까이에 있을지 모르는 것이다.
작년 가을 우리는 로제의 '아파트'가 빌보드 싱글 차트에 진입했다는 뉴스를 듣고 그 노래를 즐기며 축하했다. 하지만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던 그 노래가 왜 미국의 차트에 올라간 것을 축하해야 하는지, 우리나라에는 왜 빌보드 차트처럼 내세울 수 있는 권위 있는 차트가 없는지는 대부분이 고민해보지 않았다. 그만큼 기존에 존재하는 플랫폼은 편안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미디어 강국, 콘텐츠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콘텐츠 업계에서의 플랫폼의 역할 내지 지위를 정확히 인식하고 우리나라 콘텐츠 업계가 모두 상생하면서도 글로벌 경쟁력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이 어떤 것인지 지금 시점에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이용민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ymlee@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