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위성 통신망 생태계…한국 기업은 최고의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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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위성 통신망 생태계…한국 기업은 최고의 파트너"

캐나다는 저궤도(LEO) 위성통신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키우며 ‘우주통신 주권’(space sovereignty) 확보에 속도를 내는 국가 중 하나다. 미국의 스타링크 의존도를 낮춰 통신·안보·국방 분야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핵심 협력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캐나다 위성통신 기업 텔레샛의 댄 골드버그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최근 한국을 찾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방한은 기업 교류 차원을 넘어 캐나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 전략 프로젝트와 맞물려 있다. 텔레샛이 추진하는 저궤도 위성망 ‘라이트스피드’는 캐나다 정부가 약 30억달러를 투자한 국가 사업이다.

우주 주권 확보에 사활 건 캐나다

텔레샛이 구축하는 라이트스피드는 기존 정지궤도(GEO) 위성과 달리 지구에 가까운 저궤도에서 다수의 위성을 띄워 전 세계를 촘촘히 덮는 방식이다. 정지궤도 위성은 지구에서 약 3만6000㎞ 상공에 떠 있어 신호가 오가는 시간이 길고 지연이 심하지만 저궤도 위성은 지구에 훨씬 가까워 통신 지연이 크게 줄어든다. 저궤도 위성망은 위성을 한두 개 띄워서는 의미가 없다. 여러 대를 별자리(컨스텔레이션)처럼 운영해야 지구 전역에서 끊김 없는 서비스가 가능하다. 라이트스피드는 이 별자리 위성망을 기반으로 항공·해상·국방·정부 통신 등 고신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골드버그 CEO는 “위성을 띄우는 것만으로 산업이 완성되는 게 아니다”며 “사용자가 쓰는 단말기, 운영 시스템, 네트워크 관리 기술을 갖춰야 위성통신이 제대로 상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성통신은 ‘우주 기술’이라기보다 우주에서 내려온 신호를 지상에서 제품과 서비스로 완성하는 산업이라는 의미다.

텔레샛이 한국을 전략 파트너로 바라보는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은 위성통신 서비스에 필요한 지상 생태계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인 기업이 위성통신 단말 업체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다. 인텔리안은 선박, 항공기 등에 장착하는 위성통신 단말을 공급하는 글로벌 강자로 꼽힌다. 골드버그 CEO는 “위성통신은 사용자가 쓰는 단말이 성패를 좌우한다”며 “단말이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위성이 아무리 좋아도 서비스는 실패한다”고 말했다.

위성 시스템 분야에서는 쎄트렉아이가 성과를 내고 있다. 지구 관측용 소형 위성을 앞세워 아랍에미리트와 말레이시아 등 해외 정부 시장에 위성을 수출했다. 단말 분야에서는 인텔리안테크가 두각을 나타낸다. 전자식 빔 조향(ESA) 기반 평판형 안테나를 양산하며 텔레샛과 원웹 등 글로벌 저궤도 위성망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발사체와 우주선 구조물 분야에서는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가 고온과 진동을 견디는 항공우주 구조 부품을 정밀 가공해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에 납품하고 있다. 방위산업과 우주를 잇는 축은 한화시스템이다. 합성개구레이더(SAR) 탑재체와 무선주파수(RF) 전자장비 분야에서 신호처리 기술을 축적해 노스롭그루먼, 록히드마틴 등 해외 방산 기업에 위성 핵심 장비를 공급 중이다.

韓, 위성통신 활용처로도 각광

텔레샛은 라이트스피드를 축으로 한국과의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근 한화시스템과 저궤도 위성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데 이어 한국이 참여를 검토 중인 캐나다 잠수함 사업과 위성통신 협력을 연계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한국이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 참여하는 대신 캐나다 정부가 라이트스피드를 정부·국방 차원에서 적극 활용하는 ‘패키지 협력’ 모델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협력만이 아니라 방산·통신·우주 인프라를 하나의 전략 거래로 묶는 방식이다.

텔레샛은 올해 말 첫 발사를 시작해 내년 다수 위성을 추가로 쏘아 올릴 계획이다. 서비스 개시 목표 시점은 내년 말께다. 초기 수익 시장으로는 항공기 내 인터넷과 정부 시장을 꼽았다. 골드버그 CEO는 “항공 분야에서는 이미 글로벌 항공 연결 서비스 기업과 대형 계약을 맺었다”며 “정부 시장에서는 캐나다와 동맹국이 핵심 고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해상, 농어촌 광대역, 기업용 네트워크 시장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골드버그 CEO는 한국이 위성통신산업에서 ‘미들파워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단순 위성 제조국이 아니라 단말, 전자, 시스템 통합, 방산, 조선 등 위성통신이 실제 산업으로 확장되는 핵심 축을 모두 갖춘 나라라는 것이다. 특히 위성통신 시대에는 위성 자체뿐 아니라 위성에 들어가는 반도체와 전자장치 시스템, 통신 모듈, 안테나, 운영 소프트웨어가 함께 중요해진다. 한국은 반도체·전자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위성통신 부품 공급망에서도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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