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업 미들파워' 한국…위성 파운드리 시장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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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INSIGHT
위성 컴퓨팅 시대…韓, 공급망 허브로 부상

우주 서버로 진화한 위성
저궤도 위성 핵심은 반도체
안정적인 데이터 처리위해
'온보드 프로세싱' 갖춰야

美·中, 발사체 기술 선도
EU 등 '우주주권' 확보 사활

기술강국 韓, 역할 커질듯
반도체부터 위성생산까지
부품공급·제조 인프라 무기
글로벌 위성 파운드리 선점

한화시스템, 위성 공장 신설
연간 최대 100기 생산 목표

우주산업에 관한 한 한국은 오랫동안 불모지에 가까웠다. 재사용 발사체 시장만 봐도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등 미국 기업이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중국도 빠르게 추격 중이다. 지난 11일 차세대 유인 달 탐사용 로켓 ‘창정 10호’의 재사용 발사체 시험에 처음으로 성공하며 상용화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이같이 미·중 중심으로 재편되는 우주산업 구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가 양강의 기술·안보 영향권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이른바 ‘소버린 스페이스’(우주 주권) 전략을 본격화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위성 제조 역량을 갖춘 ‘제조 강국’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저궤도(LEO) 위성이 통신 중계용 ‘안테나’를 넘어 인공지능(AI) 연산까지 수행하는 ‘컴퓨팅 노드’로 진화하는 기술 흐름은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지웅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은 “반도체, 배터리, 태양광발전 등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이 미들파워 허브로서 역량을 발휘한다면 글로벌 위성 파운드리산업을 선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주산업 미들파워' 한국…위성 파운드리 시장 정조준

‘저궤도 위성’이 바꾼 우주 판도

글로벌 우주산업의 판도를 바꾼 핵심은 저궤도 위성이다. 최근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러시아군의 스타링크 접속 권한을 통제하며 우크라이나 전황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는 저궤도 위성의 위력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것이 역설적으로 미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탈미(脫美)’ 움직임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저궤도 위성 시대의 핵심 경쟁 요소는 발사 능력만이 아니라 ‘트래픽 처리’다. 수만 기 위성이 동시에 데이터를 주고받는 환경에서 중계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위성이 스스로 데이터를 선별·압축·분석하는 ‘온보드 프로세싱’이 필수 기술로 떠오르는 이유다. 위성 간 데이터를 교환하는 ‘광링크’ 기술도 확산하고 있다. 위성이 점차 하나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우주 컴퓨팅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안형준 STEPI 우주항공팀장은 “위성산업의 핵심 가치는 데이터 처리 능력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반도체 역할이 지금보다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성이 늘어날수록 고성능 반도체와 시스템 통합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설명이다. 위성은 더 이상 단순한 통신 장비가 아니라 우주에 떠 있는 서버에 가까운 존재가 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상징하는 개념이 ‘우주 데이터센터’다. 머스크 CEO가 스페이스X와 xAI의 결합을 추진하며 장기 비전으로 우주 기반 컴퓨팅 인프라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조 역량 강한 한국에 기회

위성산업의 핵심이 데이터 처리와 반도체 성능으로 이동하면서 제조 역량이 강한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위성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핵심 전자부품 공급망을 통합하는 ‘글로벌 위성 파운드리’ 역할을 노려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한화시스템이 2027년 제주에 연간 100기 규모 소형위성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 행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12월 축구장 4개 크기(약 3만㎡) 부지에 제주우주센터를 설립하고, 연간 최대 100기의 위성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누리호의 역할도 국내 반도체와 전자부품을 실어 실제 우주 환경에서 작동 여부를 검증하는 ‘실증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주 데이터센터와 온보드 프로세싱 위성을 구현하려면 방사선, 진공, 극심한 온도 변화 등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반도체를 확보해야 한다. 안 팀장은 “누리호에 상용 반도체와 전자부품을 실어 우주 환경에서 성능을 검증하는 작업은 우주 등급 부품을 확보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이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가 우주 데이터센터 및 고성능 온보드 프로세싱 위성 개발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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