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기 성남시 고등동 메가팩토리약국은 평일 오전인데도 소비자로 북적였다. 약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거대한 창고형 건물에는 박카스를 가득 실은 5t트럭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정두선 메가팩토리약국 대표는 “주말 이틀간 100개들이 박카스가 40상자 이상 팔렸다”고 했다.
430㎡에 달하는 매장에 들어서자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 의약품 등 약 2500개 품목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감기약이 50여 종, 진통제가 30여 종에 달하는 등 규모는 대형마트를 방불케 했다.
30대 직장인 이미선 씨는 “동네 약국에선 같은 성분의 약을 이렇게 다양하게 비교하기 어렵다”며 “저렴한 가격에 대량 구매가 가능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진통제라도 타이레놀, 펜잘, 게보린, 타세놀 등 선택지가 다양해 용량과 제형 등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소비자는 매장에 상주하는 약사 일곱 명으로부터 제품 설명, 건강 상태에 따른 추천, 기존 복용 약물과의 상호작용 확인 등의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가격 경쟁력도 눈에 띈다. 이 약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동네 약국 대비 진통제 기준 1000~2000원 저렴하다.
이 같은 장점이 알려지자 메가팩토리약국은 이달 초 문을 연 지 2주 만에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주말에는 계산에만 한 시간이 걸릴 정도로 붐빈다.
현행법상 국내에서는 약사 또는 한약사만 약국을 개설할 수 있고 1인 한 곳만 가능하다. 미국 대형 약국 프랜차이즈가 그간 한국 진출에 실패한 이유다. 메가팩토리약국은 약사가 직접 운영하는 형태를 내세워 위법 논란을 피했다.
약사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창고형 약국은 의약품의 본질을 쇼핑 상품으로 전락시키는 기형적 운영”이라며 창고형 약국이 필요할 때 최소한으로 구매해야 하는 의약품의 충동구매를 유도해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의약품의 유통·판매 구조는 빠르게 다각화하는 추세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일반의약품을 판매하고 있고, 지난 2월부터는 다이소가 건강기능식품을 팔고 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