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동물국회’ 시절이 나았다.”
최근 만난 더불어민주당 소속 20여 년 차 보좌관 A씨가 한 말이다. 국정감사에 대비해 밤새 질의서를 준비하고 아이템을 발굴해도 기억에 남는 건 일부 강성 의원의 막말과 퍼포먼스뿐이라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2000년대 초반에는 몸싸움은 있어도 쌍시옷이 들어간 욕설은 하지 않았다”며 “이런 국회는 처음”이라고 했다.
동물국회는 물리적 충돌과 고성이 난무하던 과거 국회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단상 점거 등 과격한 물리적 투쟁은 줄었다. 하지만 심리적 갈등은 더 깊어지고 여야 대립은 한층 격화하고 있다. 동물국회 시절보다 입법 성과가 오히려 퇴보해 ‘식물국회’란 말도 나온다.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비율을 뜻하는 ‘반영률’이 19대 국회 41.7%, 20대 36.3%, 21대 34.2%에 이어 22대에서는 15%대로 추락한 게 단적인 예다.
올해 국정감사 역시 선진화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민주당 내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추미애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선 첫날부터 여야 간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다. 추 위원장의 야당 발언권 제한에 반발해 나경원·곽규택 의원이 위원장석으로 몰려가는 장면이 반복됐다.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조희대 대법원장을 합성한 피켓을 들어 국회 품격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파행의 연속이었다. 김우영(민주당)과 박정훈(국민의힘) 의원 간 문자 공방,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자녀 결혼식 논란 등으로 연일 잡음이 나왔다. 국정감사가 ‘쇼츠 무대’ ‘막말 오디션’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막말과 퍼포먼스에 가려 피해를 본 건 묵묵히 정책 질의를 이어간 다수 의원이다. 다행인 건 일부 의원의 도를 넘은 행동에 정치권에서도 자정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점이다. 최 위원장이 국감장에서 자신에 대한 편파 보도를 문제 삼으며 MBC 보도본부장을 퇴장시킨 일과 관련해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나 “원내 지도부와 당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문 수석부대표는 기자에게 “매일 상임위별로 중요했던 발언을 모아 카드뉴스 형식으로 배포한다”며 “의원 개개인의 의정 활동을 조명하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A씨는 “동물국회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국회가 지금처럼 극한 대립 상태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의원들은 싸우더라도 정책으로 싸워야 한다. 남은 국감 기간은 정쟁 아니라 정책으로 기억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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