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주 4.5일제는 사형선고" 소상공인 목소리에 귀막은 정부

3 weeks ago 8

[취재수첩] "주 4.5일제는 사형선고" 소상공인 목소리에 귀막은 정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수십 명의 소상공인이 모였다. 이들은 굳은 얼굴로 ‘근로기준법 확대 반대’ ‘주 4.5일제 반대’ 등의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마이크를 잡은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무리한 주 4.5일제 도입은 790만 소상공인에 대한 사형 선고”라며 “주휴수당을 없애거나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을 철회하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소상공인 생태계가 붕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루 매출이 아쉬운 소상공인이 생업을 뿌리치고 거리에 나온 건 주 4.5일 근무제가 미칠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다. 이들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도 똑같은 입장을 밝혔으나 정치권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국회로 향했다.

특히 전체 소상공인의 86%인 직원 5인 미만의 사업주가 느끼는 위기감이 크다. 정부 계획대로 2027년 근로기준법이 전면 시행되면 이들은 ‘인건비 폭탄’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으로 5인 미만 사업장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해야 하고 직원들에게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과 연차유급 휴가 등을 지급해야 한다. 김우석 외식업중앙회장은 “헌법재판소가 근로기준법을 사업장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조항에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음에도 정부가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확대하면 소상공인은 지금보다 최대 두 배가 넘는 임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노동계는 4.5일제에 반대하는 소상공인을 ‘악덕 업주’로 비난하지만 이들은 일반 노동자 이상으로 위기에 취약하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사업자가 100만 명을 넘어 1995년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치를 찍었다. 국내 금융회사가 소상공인에게 빌려준 자금도 매번 이전 기록을 깨며 올 2분기 기준 1070조에 육박했다.

서울 신촌에서 요식업을 하는 임모씨(27)는 “경기 침체로 소비가 위축돼 매출이 예년보다 30% 줄었다”며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한 명 남은 종업원마저 내보내고 직접 근무하는 시간을 늘렸다”고 했다.

소상공인들은 최소한 주 4.5일제 도입을 논의하는 자리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한다. 정부는 늘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있다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는 다르다. 지난 7~8월 내년 최저임금을 정하는 노사대화에서도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철저히 외면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현실적인 소상공인 정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대로 정부는 “주 4.5일제는 사형선고와 같다”는 소상공인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