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잘나가는 K팝·K뷰티·K임플란트는 정부 개입이 최소화된 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A의료기기 업체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건강보험 저수가 때문에 필수 의료기기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A사는 올 들어 미용 의료기기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K뷰티가 활황인 데다 미용 의료기기는 대부분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받지 않아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치료재료 선두기업 B사와 세계적 통증 치료 기술을 보유한 C사도 최근 미용 의료기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2022년 11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10조5000억원으로 ‘역성장’했다. 이영규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 이사장은 “국내 의료기기 업체 중 미용 의료기기와 치과 임플란트 업체 말고는 모두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내 의료기기 회사들은 식약처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두 번의 심사 과정을 거쳐야 제품 출시가 가능하다. 심사 기간만 490일에 달한다. 한국의 수술 로봇은 ‘침습장비’로 별도로 분류돼 똑같은 심사를 한 번 더 거친다. 세계 유일의 ‘삼중 규제 장벽’이다. 반면 미용 의료기기는 대부분 건보 수가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보건의료연구원 심사를 면제받는다.
국내 필수 소모성 의료기기(치료재료) 수가는 프랑스 일본 대만 호주 등 수가를 공개하는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다. 한 의료기기 업체 대표는 “최근 20여 년간 수가가 오른 의료기기 품목이 거의 없다”며 “그동안 인건비가 다섯 배 올랐는데 어떻게 기업을 경영하란 말이냐”고 따져 물었다.
건보 저수가의 피해는 의료기기 업체뿐만 아니라 환자들도 보고 있다. 필수 의료기기 공급 중단으로 소아 척추측만증 수술은 중단됐고 심장 수술, 수두증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수술 역시 언제 멈춰 설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업체들이 무너지는 사이 중국, 동남아시아산 저가 수입 제품이 한국 의료시장을 장악하면서 품질 사고도 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제조업체의 카테터 품질 사고는 41건인 데 비해 외국산 제품 사고는 110건에 달했다. 카테터는 심혈관 질환과 뇌혈관 질환 시 혈관 통로를 확보하는 데 쓰이는 의료기기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도 K뷰티처럼 규제의 사슬에서 풀어줘야 한다. 필수 의료기기 업체들은 글로벌 경쟁은 고사하고 생존 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의료 현장은 필수 의료기기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씁쓸한 미용 의료기기 열풍 속에 환자들이 고통받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2 weeks ago
5
![[사설] 檢 항소 포기, 대장동 일당과 李 대통령에 노골적 사법 특혜 아닌가](https://www.chosun.com/resizer/v2/MVRDCYLFGU2DOYLCGEZTCZRXME.jpg?auth=e7208408e32f3c86fca96d1cc26ab946aa0573ff3afc88149eaf47be452d2014&smart=true&width=4501&height=3001)
![[팔면봉] 검찰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여권 인사도 놀란 듯. 외](https://it.peoplentools.com/site/assets/img/broken.gif)
![[사설] 권력 앞에 검찰권 포기, 용기 있는 검사 단 한 명 없었다](https://www.chosun.com/resizer/v2/GRSDOM3GGRTDMMZVMIZWEMRSGI.jpg?auth=3660099caccde3b5cc42f8a35fb1d3d3ed7245720ce0ddba78c999c2772ee0ad&smart=true&width=399&height=255)
![[사설] 국힘 대표 부인이 김건희에게 가방 선물, 민망하다](https://www.chosun.com/resizer/v2/MVQTQNLDMJSDONRTMVQWINDBG4.jpg?auth=8141846de3d24a96723f9b1cff26e76f746dd63a88bb3beb44b86fbf01793855&smart=true&width=6673&height=4246)
![[朝鮮칼럼] ‘진보 정권의 아이러니’ 재현하지 않으려면](https://www.chosun.com/resizer/v2/VXXDKUIJUJCOLIT4M4DA47BFKY.png?auth=47d5c0a683690e4639b91281f2cab5fd3b413998a70d2183f12a92e1f1b8119d&smart=true&width=500&height=500)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87] K팝, 그래미상 ‘빅4′ 고지 오를까](https://www.chosun.com/resizer/v2/5XHK7PZ56NHTTKH7COJFQ4M54Q.png?auth=664876bab5cee8d9c73896a7d01b64f27386130e62bef9ae4289fdb3837c803b&smart=true&width=500&height=500)
![[동서남북] 원산·갈마 리조트에서 이산가족 상봉을](https://www.chosun.com/resizer/v2/273GIBFF3NCHBC5LVGUUIDK3GM.png?auth=2dc473a67ab5cc661f563ad05832554564124579b2d90352af8c3782f593b38f&smart=true&width=500&height=500)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95] 밥그릇 심장](https://www.chosun.com/resizer/v2/JZ2DPK7OZBANLBLB5SS5OH3S6I.png?auth=9fb621a8d43376974dd4c21736aba72e87fd3876911d9303e1df9f5adebb9cb7&smart=true&width=500&height=500)







![닷컴 버블의 교훈[김학균의 투자레슨]](https://www.edaily.co.kr/profile_edaily_512.pn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