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너무 컸을까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대표로서 위기관리 능력이 세간의 명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분위기네요.”
요즘 유통업계에서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주요 화제다. 백 대표는 위기의 골목 식당들을 구해내는 음식 전문가로 유명해져 지난해 11월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보다 50% 높은 5만1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탁월한 경영 솜씨로 승승장구할 것이란 기대 속에 주가는 6만45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로부터 넉 달이 지난 지금, 백 대표를 바라보는 시각은 급속도로 차가워졌다. 시작은 ‘빽햄’ 가격 논란이었다. 백 대표는 지난 1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설날 선물세트용 빽햄을 45% 할인한 가격이라며 판매했다.
하지만 세일 가격이 경쟁 제품인 스팸보다 비싸고 돼지고기 함량도 적다는 항의를 받았다. 이후로도 ‘감귤 오름’ 맥주 한 캔에 들어간 감귤 착즙액이 0.032%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일었고, ‘백종원의 백석된장’에 중국산 개량 메주 된장 등을 사용해놓고 국산으로 홍보했다는 의혹도 생겼다. 충남 예산 백석공장의 농지전용도 도마에 올랐다.
결국 백 대표는 감귤 맥주 함량 문제와 농지법 위반 사건 등에 대해 두 차례 사과문을 올렸다. 그런데도 백 대표를 공격하는 여론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백 대표도 억울할 것이다. 지금 비난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 가운데 턱도 없는 이유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의 관심은 따로 있다. 백 대표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합리적인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백 대표의 위기 돌파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따져보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지금까지 성적이 낙제점에 가깝다는 평가가 주다. 조그만 식당들을 통해 보여준 빠삭한 분석력과 대응력을 상장사 대표로서는 아직 드러나지 못했다는 얘기다. 백 대표가 증시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말도 나온다.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경영인으로 불리기를 원치 않으며 음식 탐구가로 불리기를 원한다”고 적었다. 경영인으로 불리기를 원치 않으면 전문 경영인을 세워야 한다.
백 대표는 28일 열리는 더본코리아의 첫 번째 주주총회에 참석할지 여부를 전날까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수많은 투자자는 스타 음식 탐구가보다 더본코리아의 기업 가치를 안정적으로 올려줄 기업가를 원한다. 더본코리아 본사와 더본코리아라는 우산 아래 영업하는 3066개 매장의 임직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