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갭 투자가 뭔지 몰랐다"는 여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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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갭 투자가 뭔지 몰랐다"는 여당 원내대표

“갭 투자가 뭔지 몰라서 솔직히 찾아봤어요. 말만 들었지.”

지난 16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하소연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국정감사 대책 회의에서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을 옹호하면서 “수억, 수십억원 빚내서 집을 사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서울 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무주택자의 담보인정비율(LTV)을 40%로 제한했다. 15억원 이하 주택의 대출한도도 6억원으로 묶었다. 서울 지역에서 ‘갭 투자’는 사실상 차단됐다는 분석이 많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35억원짜리 서울 잠실 장미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갭 투자’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김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알뜰살뜰 번 돈으로 샀다. (찾아보니) 갭 투자, 그게 전세 끼는 것이더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페이스북에는 “1998년 (장미아파트) 11동 구입과 2003년 8동으로 이사할 당시에는 ‘재건축’의 ‘재’도 나오기 전”이라며 “실거주했으니 갭투자와도 거리는 멀다”고 적었다. 구매를 위해 빚을 내지 않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당혹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갭 투자는 전세 세입자를 끼고 주택을 사는 행위다. 실제 거주하지 않더라도 매매가격과 전세 가격 차이만큼의 자금만으로 향후 주택 가격 상승분의 시세 차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상당수 주택 구매자가 이 방식을 이용한다. 특히 집값이 비싼 서울은 2022년 기준 갭 투자 비율이 53.4%로, 전국 평균(31.7%)보다 훨씬 높다.

서울 주택 구매자 두 명 중 한 명은 갭 투자를 활용 중인데도 서울에 지역구를 둔 의원이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셈이다. 더욱이 김 원내대표는 지역구인 동작구에 전세를 얻으면서도 장미아파트를 팔지 않았다. 기존 아파트엔 전세금 8억원에 다른 세입자가 입주해 있다. 장미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간다면 시세 차익은 고스란히 김 원내대표에게 돌아간다. 그게 바로 갭 투자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억울하다는 그의 토로에도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이유다.

정치권 관계자는 “그의 말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여당 원내 사안을 총괄하는 원내대표가 시장에 대한 공부도 없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무작정 옹호했다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갭 투자의 개념을 정말 몰랐다면 자신의 사례부터 공부해 보는 건 어떨까. 정부 여당의 부동산 정책이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지적을 피하는 데도 도움이 될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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