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천재 메시 꿈꾼다"…안산서 재창단한 '상호문화 레전드FC'

고려인동포 청소년으로 구성…단장 위촉하고 첫 전국대회 준비

(안산=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외국인 노동자의 자녀도 한국에서 축구로 성공할 수 있는 롤모델을 보여주고 싶어 고려인 동포 청소년으로 구성된 축구단을 다시 만들었습니다."

'다문화 도시' 경기 안산시에 있는 '이주민시민연대 사회적협동조합' 최혁수 대표는 15일 '상호문화 레전드FC'를 재창단한 배경을 설명하며 이런 포부를 밝혔다.

최 대표는 "축구 천재인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도 이주노동자 아버지 밑에서 자란 소년이었다"면서 "안산에 사는 고려인 동포 자녀 중에서 메시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고 했다.

상호문화 레전드FC는 지난 6월 28일 안산에서 재창단됐다.

첫 창단은 2015년 이주민시민연대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러시아권 대안학교 학생들의 요청이 발판이 됐다.

창단 첫해 고려인 동포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축구단이 전국 클럽축구대회인 '안산아이리그'에서 덜커덕 우승까지 해버렸다.

'상호문화 레전드FC'는 이후 전국대회까지 출전할 정도로 강팀으로 평가됐지만, 관내 중학교에서 외국 국적의 아이를 선수로 받지 않아 명맥이 끊기면서 창단 3년째인 2017년 사실상 해체됐다.

그러나 최 대표는 축구를 하고 싶어 하는 고려인 동포 아이들의 요청에 따라 2018년부터 축구동아리를 만들어 지금껏 운영해왔다.

그러다가 동아리에 있는 아이들이 전문적으로 축구를 하고 싶다고 하자 초등학교에 다니는 고려인 동포 학생 12명으로 '상호문화 레전드FC'를 다시 창단했다.

2015년 처음 창단 당시 우승을 이끌었던 안산 원곡초등학교 출신 김보바 씨가 코치로, 당시 감독이었던 배승현 씨가 다시 감독을 맡아줬다.

고려인 동포 자녀인 김보바 씨는 원곡초 시절 축구 유망주로 불렸으나 외국 국적 학생이라는 이유로 국내 학교의 엘리트팀에서 선수로 받아주지 않자 안산에 사는 부모를 떠나 우즈베키스탄 청소년 국가대표 선수로 뛰었다.

이후 독일에까지 진출했으나 소속사와 스폰서 없이 선수 활동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고 올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배 감독이 운영하는 독립구단 선수로 뛰면서 상호문화 레전드FC 코치로도 활동하고 있다.

상호문화 레저드FC는 고려인 동포 중학생까지 합류하면서 선수층이 37명(초등학생 26명, 중학생 11명)으로 늘었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석수골운동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최근에는 본격적인 축구단의 면모를 갖추고 전국대회 첫 출전을 준비 중이다.

이달 6일 경기도 축구협회 박천광 부회장을 단장으로 위촉했다.

박 단장은 "고려인 동포 청소년들이 축구를 통해 건강하게 성장하고,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면서 "우리 팀이 단순한 축구팀을 넘어 화합과 희망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경기도의회 김철진 의원과 법무부 안산 청소년꿈키움센터 손동우 교육운영과장이 각각 명예단장과 명예부단장을 맡았다.

아울러 ㈜낫소가 지난 9일 축구공 50여개와 축구 국가대표 골키퍼 출신인 이운재와 함께 제작한 골키퍼 장갑, 양말 등 다양한 훈련용품을 제공했다. 낫소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후원을 약속했다.

상호문화 레전드FC는 이런 든든한 후원 덕에 낫소가 주최하는 '2025 후반기 슛돌이 축구리그'에 출전한다.

오는 9월 20일, 10월 11일, 11월 12일 3라운드로 열리는 전국대회에 초등 저학년 및 고학년, 중등부 3개 부문에 모두 출전해 우승컵을 놓고 경쟁한다.

최혁수 대표는 "지역 사회와 기업이 도와주는 만큼 고려인 동포 청소년들이 축구선수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면서 "앞으로는 재외동포청이나 삼성꿈나무 장학재단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재정 지원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hedgeho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09/15 08:00 송고 2025년09월15일 08시00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