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 없는 히어로의 안간힘 액션…영화 '캡틴 아메리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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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팔콘' 매키, 새 캡틴으로 활약…해리슨 포드 '레드 헐크' 변신

 브레이브 뉴 월드' 속 한 장면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속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수트가 없으니 더 절박해지는군."

"아니, 더 잔인해지는 거야."

맨몸으로 적과 맞서던 샘(앤서니 매키 분)이 상대의 도발에 일갈하고는 날아 찬다. 비아냥거리던 남자는 순식간의 일격에 당황할 새도 없이 나가떨어진다.

12일 베일을 벗은 마블 스튜디오 신작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캡틴 아메리카 4')에서 달라진 캡틴 아메리카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어벤져스: 엔드 게임'(2019)에서 샘이 캡틴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번스 분)로부터 비브라늄 방패를 건네받고 후계자로 낙점된 뒤 처음으로 주인공으로 나선 영화다.

마블 팬 사이에서 공식처럼 굳어진 '캡틴 아메리카 = 스티브 로저스' 이미지를 깰 수 있느냐가 영화의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벤져스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한 스티브는 초인적인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여러 빌런(악당)을 쓰러뜨리며 9년 동안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반면 샘은 '슈퍼 혈청'을 맞지 않았다. 공군 출신에 히어로 '팔콘'으로 활약할 만큼 뛰어난 전투 실력을 갖추긴 했지만, 1t짜리 역기로 벤치 프레스를 하고 도움닫기 없이 6m 거리를 단번에 뛰는 스티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브레이브 뉴 월드' 속 한 장면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속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는 평범한 인간인 샘이 미국의 대표 슈퍼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로 거듭나 본격적으로 활약하는 과정을 그린다. 기존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처럼 정치 스릴러 요소가 가미됐다.

방패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캡틴 아메리카가 되기를 망설이던 샘은 어느새 새로운 팔콘 대니(호아킨 토레스)와 짝을 이뤄 평화를 방해하는 세력과 싸우고 있다. 어벤져스를 견제하던 국무장관 새디어스(해리슨 포드)는 대통령직에 오른 상태다.

새디어스는 화합을 강조하며 인도양에서 발견된 새로운 자원 '아만티움'을 세계 각국이 나눠 가지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새디어스 암살 미수 사건이 발생하고 각 나라 수장이 더는 미국 정부를 믿지 않게 되면서 외교 갈등이 빚어진다.

'우방' 일본의 신뢰마저 잃은 새디어스는 오해를 풀기 위해 총리를 만나기도 한다. 현실 속 미·일 동맹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 샘은 새디어스를 제거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최면을 거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알아챈다. 차츰 실마리를 풀어가며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브레이브 뉴 월드' 속 한 장면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속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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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것 없는 스토리에 전개 또한 다소 느슨하긴 해도 마블의 특기인 화려한 액션 장면이 시선을 스크린에 잡아둔다.

샘에게 초인적인 능력이 없는 덕에 그의 싸움은 더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밀린다 싶으면 주변에 떨어진 예리한 물건으로 상대를 찌르는 등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캡틴 아메리카의 액션은 이전 시리즈에서 보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업그레이드된 수트의 기능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샘의 진가는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 그랬던 것처럼 수트를 입었을 때 나온다. 자유롭게 폈다 접을 수 있는 날개로 하늘을 가르고 방패를 무기처럼 활용하는 광경은 관객에게 새롭게 다가갈 듯하다.

후반부에 나오는 '레드 헐크'와 샘의 대결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피부가 붉게 물들며 괴력의 헐크로 변한 새디어스에게 샘은 상대가 안 될 것 같지만, 의외로 승부는 팽팽하다.

올해로 82세인 해리슨 포드가 근육질의 헐크로 변신하는 장면은 낯설지만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는 그동안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새디어스 역을 소화한 배우 윌리엄 허트가 세상을 떠난 뒤 같은 역할을 이어받았다.

 브레이브 뉴 월드' 속 한 장면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속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목이 암시하듯 이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야심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러나 마블 핵심 팬층이 아닌 관객에게까지 저변을 넓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디즈니+ 시리즈를 꼬박꼬박 챙겨 보지 않은 사람이 영화의 스토리를 제대로 이해하기엔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다.

마블은 최근 몇 년간 디즈니+ 시리즈와 극장용 영화의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스스로 '진입장벽'을 쌓는다는 지적에 시달려 왔다. '캡틴 아메리카 4' 역시 디즈니+ '팔콘과 윈터솔져' 스토리를 대강이라도 파악해야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매키의 열연에도 그가 아직은 캡틴 히어로보다는 팔콘으로 보인다는 점도 점차 극복해 나가야 할 문제다.

118분. 12세 이상 관람가.

 브레이브 뉴 월드' 속 한 장면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속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amb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02/12 10: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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