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배임을 처벌하는 규정은 두 갈래다. 1953년 형법 제정 때부터 들어간 일반 배임죄와 1962년 상법 전부 개정에서 신설된 특별배임죄다. 형법상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를 위반해 손해를 가하면 처벌한다’는 포괄 규정이다. 기본 형량은 5년 이하 징역이지만, 범죄 이득액이 5억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이 따라붙는다. 그 경우 최저 형량이 3년 이상으로 껑충 뛴다. 금액이 50억원을 넘으면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현실에서 상법상 특별배임죄는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 이 규정은 ‘회사의 재산상 이익을 해할 목적으로 임무를 위배한 경우’에 한정돼 있어서다. 입증 요건이 까다로운 데다 적용 주체도 회사 이사나 업무집행자 같은 경영진에 국한된다. 반면 형법상 배임은 ‘타인의 사무처리자’라는 넓은 개념을 쓰기 때문에 적용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이 때문에 기업 비리 사건에도 형법상 배임에 특경법 가중처벌을 얹는 방식이 정석처럼 쓰이고 있다. 대우그룹 분식회계(1999년), SK글로벌 분식회계(2003년), 한화그룹 계열사 지원(2007년) 등이 모두 이 조합을 적용받았다.
정부와 여당이 어제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고 민사책임 강화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경영 활동의 족쇄를 풀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사실상 사문화한 상법상 특별배임죄 폐지는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 대장동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대통령 구하기라는 야당의 공세와 국민 정서를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계는 이번 ‘경제 형벌 합리화 조치’를 일제히 환영했다. 하지만 내심으로는 특별배임까지 없애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지난 7월 1차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하면서 경영진의 배임 리스크가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애초 여당에서도 특별배임죄 폐지를 추진했다. 기업들은 산업재해 관련 처벌 강화 수위도 낮춰 달라고 호소한다. ‘정상적인 경영 판단과 주의 의무를 다한 사업자들이 형벌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형법상 배임죄 폐지 취지를 노동관계 법률에도 그대로 적용해 달라는 것이다.
서욱진 논설위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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