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여러 과일을 쏟아부은 뒤 로봇에게 “바나나를 빈 통에 넣어줘”라고 지시한다. 로봇이 바나나를 집자마자 통을 이쪽저쪽으로 옮기더니 바나나를 그대로 쥔 채 정확하게 그 움직임을 추종한다. 구글 딥마인드가 최근 피지컬 인공지능(AI) 모델을 적용해 공개한 이 로봇은 상황 변화에 맞게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춤을 추거나 3점슛을 쏘는 등의 영상은 과거에도 종종 공개됐다. 하지만 대부분은 사전 프로그래밍 작업 후 수만 번의 실행과 수정을 거쳐 특정 동작을 수행하도록 만들어낸 방식이었다. 처음 두 발로 걸은 와봇(1973년), 계단을 오른 P2(1997년), 공을 찬 아시모(2000년)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로봇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면 기능을 멈췄다. 하지만 최근 로봇들은 고성능 AI 모델과 센서, 액추에이터를 적용해 환경과 명령 변화에 사람처럼 유연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피지컬 AI는 휴머노이드 로봇, 드론, 자율주행차 같은 하드웨어와 결합해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도록 한 AI다. 카메라, 라이다, 촉각 센서 등을 통해 환경을 감지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판단을 내린 뒤 로봇 관절이나 바퀴 등을 실제로 움직여 목표를 수행한다. 제조는 물론 의료, 외식, 돌봄 등 전 산업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AI 기술의 마지막 종착지가 사람의 판단과 수행 수준에 가까운 ‘피지컬 AI’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피지컬 AI 경쟁력의 핵심은 데이터다.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 AI는 인터넷에 쌓인 콘텐츠나 백과사전 등을 통해 방대한 텍스트를 학습하지만 피지컬 AI는 그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영상부터 이미지, 텍스트, 음성 등 데이터를 수집하고, 현실 세계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행동으로 학습해야 한다. 한국이 다행인 점은 제조업 등 물리 데이터가 풍부하고 테스트할 시장이 넓다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 등 250개 기관·기업이 모인 ‘피지컬AI 글로벌 얼라아이언스’도 29일 출범했다. 범용 피지컬 AI 모델 시장만 선점한다면 글로벌 LLM 경쟁에서 한발 늦은 시행착오를 만회할 수 있을 것 같다.
고은이 테크&사이언스부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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