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물건에 공포증이 생겨 이쑤시개만 봐도 오금을 못 펴는 야쿠자 보스, 평범한 공중 그네타기도 걸핏하면 떨어지는 베테랑 곡예사, 악송구가 반복돼 공 던지기를 무서워하는 프로야구 선수. 한국에도 팬이 많은 일본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에 나오는 캐릭터들이다. 최고로 인정받다가 갑자기 찾아온 불안과 강박증으로 무너져 가는 사람들 이야기다.
이들에게 나타난 증상이 ‘입스(yips)’다. 영어 yip은 강아지가 안절부절못하면서 ‘낑낑’거리는 것을 뜻하는 의성어다. 입스의 유형은 광범위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건반 위를 달리던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갑자기 굳어버리는 현상도 입스다. 군대에서 제식훈련 할 때 오른손과 오른발이 같이 올라가는 ‘고문관’은 행진 입스, 분데스리가 98골 중 단 한 골도 페널티골이 없는 차범근은 페널티킥 입스다.
입스는 스포츠,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멘털 경기인 골프에 많다. 가장 일반적인 퍼팅 입스는 물론 드라이버 입스도 자주 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고교 2학년 때 한국오픈을 제패한 천재 골퍼 김대섭은 드라이버가 쇠뭉치처럼 무겁게 느껴지고, 공이 두 개로 보일 때도 있었다고 한다. 거리를 늘리려고 스윙을 바꾼 게 독이 됐다는데, 입스를 이해하는 중요한 포인트다. 불안이 증가하는 심리 상황에서 근육이 경직되면서 평소 잘하던 동작도 제대로 못 하는 일종의 ‘국소성 이(異)긴장증’이다. 오랜 기간 훈련으로 형성된 본능적 동작에 과도한 의식이 개입하면서 엉뚱한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수많은 선수를 은퇴로 내몬 입스를 극복하는 과정은 ‘리셋’이다. 양발 사이에 공을 두고 홀을 정면을 바라보고 퍼팅하거나, 그린 주변에서 한손 어프로치로 우승해 입스를 이겨낸 뒤 본래 동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엊그제 4306일 만에 다시 우승한 대만 여자 골퍼 쩡야니는 왼손 퍼팅까지 불사했다. 30㎝ 퍼팅 실패 후 5년 이상 입스로 홍역을 치른 김인경은 명상과 그림 그리기 등을 통한 ‘인지적 재구성’으로 벗어났다. “누가 죽고 사는 문제가 걸린 것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하니까 되더라”는 것이다. 결국 마음 비우고, 힘 빼고 하라는 말일 테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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